文정부, 北 원전 건설 '검토' 의혹 지속되는 이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문건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 북한 원전 건설 관련 의혹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를 하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당·정·청 미묘한 엇박자…문건 삭제가 의혹 키운 듯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와 함께 당·정·청의 부인하는 메시지에 미묘한 엇박자가 나면서 의혹 해소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도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의혹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2018년 5월 14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이 들어가 있다는 게 공개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당 자료는 감사원 감사 직전인 2019년 12월 2일 오전 1시 16분에 삭제됐는데, 검찰이 디지털포렌식 방법으로 자료를 복원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은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판하면서고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국민의힘은 해당 문건의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당·정·청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선을 넘은 정치공세, 색깔론,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없는 선동"이라며 "해당 문건에는 원전의 'ㅇ'자도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선 북한 비핵화, 국제사회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데 산업부 내부에서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다가 현 시점에선 실현이 불가능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종결했다는 게 산업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기사는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네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는데, 당시 문 대통령이 USB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장소가 도보다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또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 원전 검토 자료는 산업부에서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서 박근혜 정부부터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한다"며 전 정부 탓을 했다.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된 공식 입장문 발표 전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자료는 아니다"라며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내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의 주장을 정부가 공식 부인한 셈이다.

윤 의원의 팩트가 틀린 주장과 관련한 기사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에 공유하면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에게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자료'라는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할 경우 북한에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런 방안을 산업부에서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당·정·청의 해명이 서툰 것 같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해서 팩트를 바탕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냈으면 혼선이 없었을 것이고, 야당에서도 '이적행위'를 운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당·정·청 간 긴밀한 소통과 메시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문건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에너지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 설명을 한다면 의혹을 지우고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런 일을 자행해 의혹을 낳고 정쟁으로 비화되는 면도 있다"라며 "재판에서 밝혀질 사안이기는 하지만, 자료를 삭제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에서 관련 문건을 실제로 공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다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었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필요하다면 (USB)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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