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부터 류호정까지 정의당…"현재로선 답 없음"

정의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보궐선거 공천, 류호정 의원 논란 등 수습에 나섰다. 1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국회사진취재단

탈당 움직임도…"민심 읽는 안테나 고장난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성추행을 저지른 당대표의 전격 사퇴와 소속 의원의 보좌진 '부당해고' 논란으로 정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지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도 결론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정의당이 진보 정당의 정당성과 가치를 잃어버렸다며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의당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당 대표 성추행 사태 후속 대책을 논의한 전국위원회 의결에 따른 것이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비상한 각오를 보였다. 비대위원으로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 황순식 경기도당 위원장, 문영미 인천시당 위원장, 노창섭 경남도당 위원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성추행 사태 수습안 중 하나로 거론된 4·7 보궐선거 공천 여부는 끝내 결론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 주 전국위를 다시 열어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선거를 통해 우리의 잘못은 사과하고 새로운 비전을 말씀드려 시민에 직접 평가나 심판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 의견에 따라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공천 여부는) 늦지 않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의당은 2월 임시국회를 맞아 코로나19 극복, 국민의힘의 북한 원전 건설 국정조사 요구 등 현안 문제로 화제 전환에 나섰다. 대표를 역임했던 심상정 의원은 이날 '코로나보상지원특별법'을 발의했다.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직접 행정명령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을 적용해 영업 유지를 위한 고정비용과 최소생활비를 제공하고,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본 국민 대상으로도 피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정의당은 "감염병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또 국민의힘이 제기한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의혹에 대해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 인사들이 잇따라 엉터리 북풍 공작을 시도하며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를 또다시 무한 정쟁의 난장판으로 내몰고 있다"고 "뜬금없는 엉터리 논리로 북풍 의혹을 만들어 정치적 이익이나 챙기려는 이런 당이 과연 제1야당의 자격이 있는지 그저 한심하고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수습 대책이 늦어지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의당은 앞서 민주당을 향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의혹에 책임을 지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에 따르면 정의당도 즉각 '무공천' 방침을 밝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은 류호정 의원의 비서 부당해고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지층 민심은 이미 차갑다.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류 의원. /남윤호 기자

당 내부에선 류호정 의원의 '비서 부당해고' 논란이 성추행 사태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류 의원실에서 지난달 면직된 수행비서 A 씨는 지난달 30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류 의원이 '부당해고 가해자'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류 의원 측이 "면직 사유는 '업무상 성향 차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고 한다. 국민의힘(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어 "부당해고 노동자 명분으로 국회의원이 된 류호정 의원이 자신의 손으로 부당해고했으니 국회에서 일할 명분을 잃었다. 국회에 들어와서 일부 ‘갑질 기업’ 들의 못된 행동만 배운 것 아닌가"라며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사태가 확산하자 정의당은 이날 당사자와 긴급 면담을 갖고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의당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당 노동본부장이 책임을 맡아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면직된 분과 류 의원실을 오가면서 정확한 상황 파악과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처리하는 게 가장 좋을지에 대해 노동본부에서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페이스북 공식 계정 글에는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당에 뼈아픈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한 지지층은 "그냥 당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비호감도도 너무 높아졌고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노동은 사라지고 젠더 파시즘만 남았다"며 "정의당은 현재로선 답 없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본 슬로건이 노동자의 입장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곳이라고 스스로 자처하지 않았나"라며 "성추행 사건보다 이게 더 기겁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 측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자와 오해는 풀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을 받치고 있는 당원들의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 대표 성추행 사태가 알려진 후 평소보다 탈당이 많았지만 현재 탈당자 수가 계속 급격히 늘어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심 전 대표의 제안으로 조기 당직 선거를 치러 '김종철 대표 체제'를 꾸렸다. 당시 심 전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의제 혁신,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교체하기 위해서"라고 역설했지만 '포스트 심상정' 체제는 3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당내에선 지난 총선 때 당원 외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경선'을 통해 당내에서 오래 활동한 이들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로 비례대표를 내세운 방식 등이 문제였다는 말들도 나온다.

당 바깥에선 당장 '보궐 선거 무공천' 방침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정의당은 그동안 국회 내에서 심판자 역할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정의당이 정의당다움을 잃어버렸다"며 "당을 해체하지 않겠다는 것과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재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런 식의 접근은 민심을 읽는 안테나가 심각하게 고장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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