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후·외교·경제' 글로벌 광폭행보 기대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글로벌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적응 정상회의 연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세계경제포럼 참여, 우즈베키스탄과의 화상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줄줄이 소화했다. 다만 대외 행보에 미국이 빠지면서 일각에선 우선순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웨스턴 호텔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최근 국제무대 맹활약 속 '우선순위' 아쉬움 지적도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글로벌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 문제인 기후변화 적응부터 경제·외교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무대에 초청을 받아 특별연설을 하거나, 해외 정상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외교와 관련해선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국제사회 내 관심 제고 및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네덜란드가 개최한 '기후적응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리나라의 기후적응 노력을 설명하면서, 경험과 성과를 세계 각국과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후 문제 대응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제 더 머뭇거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임기 내 2조 달러(약 2227조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도 투입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시 주석과 한중 정상통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어 문 대통령은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0분간 정상 통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관련해 한국과 소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등 우호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27일에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특별연설을 하고, 글로벌 리더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통한 일상의 회복 및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밝히면서 △코로나19 대응 등 글로벌 보건의료 협력 △한국판 뉴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2050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유치 지원 등을 강조했다.

이번 WEF에는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기관의 CEO, 국제기구, 각국 정부, NGO, 해외 언론사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정책 비전과 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등 한국의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의 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화상으로 참여한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28일에는 문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1시간 30분가량 화상 정상회담도 진행됐다. 우즈베키스탄은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신북방 정책의 핵심 협력국으로 양국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인프라, 보건·의료, 디지털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지속 확대해 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신북방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코로나19 상황 이후에 회복과 도약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에 앞서 중국 정상과 먼저 통화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시 주석과 먼저 통화를 했는데, 원론적인 얘기만 나왔다.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게 없다"라며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화를 한 목적은 한중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한국이 한미공조에 치우치지 않도록 붙잡아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시각에선 한국이 중국으로 경사(傾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우리의 대외 전략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기반 하에 한중 전략을 확대하는 것인데 순서가 바뀐 모양새"라며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세련되게 했으면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공조에서 더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과의 통화는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두고 신년 인사차 이루어진 것으로 (조만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한-우즈베키스탄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과의 정상 통화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약 30분간 전화 회담을 통해 미일동맹 강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의 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12일 미국 대선 결과가 나왔을 당시에는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한국 순으로 정상 통화를 했는데, 이번엔 일본에 한참 밀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입장 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시 주석과의 통화 자체가 미국을 자극하고, 한미동맹을 덜 중요시 하는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라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추진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중국은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갖는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로만 하고 실제로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CPTPP도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의 참여를 달가워하지 않는데, 중국이 한국을 통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려는 일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라며 "우리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 한미동맹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고,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강대강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선 실무 라인에서 미국의 입장을 잘 듣고, 우선순위를 잘 가리면서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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