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에 '돌' 던질 자격 있나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잊힐 만하면 발생하는 성추문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 다시는 정치권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여야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남윤호 기자

잊힐 만하면 터지는 정치권 성추문…여야, 성찰해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최근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공당 대표의 성추행과 남 일인 듯 비판하는 여야의 반성없는 모습, 이에 더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후궁' 발언 논란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과연 국회에 품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종철 전 대표는 지난 1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했다. 이로 인해 지난 25일 당대표직에서 직위해제됐다. 그동안 여성 인권과 성 평등을 강조해온 정의당이었다는 점과 당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지금도 그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기 어렵다.

더욱 고개를 가로젓게 만드는 일은 여야의 성찰 없는 태도다. 민주당은 이날 김 전 대표의 성추행이 공개된 이후 논평을 통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나 싶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을 벌써 잊은 것일까. 특히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생소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같은 날(25일)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내놓자 뒤늦게 사과한 것은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김 대표를 당 대표직에서 직위해제하고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은미 원내대표(가운데)가 대국민사과 하는 사이 심상정 의원(오른쪽)이 잔뜩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남윤호 기자

논란의 논평을 낸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7일 이낙연 대표가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에 사과한 것과 관련해 "그간 저희가 잘못했던 시각이나 자세를 다 반성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논란 수습을 위한 급급함과 너무 뒤늦은 느낌이 강하다. 애초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찰이 있었다면 이러한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25일 정의당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그들의 민낯과 이중성이 국민을 더 화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사과와 태도에 관한 한 정의당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기 바란다"며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태도를 꼬집었다.

범여권 성추문이 서울·부산선거 보궐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성추문에 휩싸여 탈당했고, 과거 '캐디 성추행' '여기자 성추행' 등으로 뭇매를 맞았던 일을 잊은 모양이다.

4·7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신경은 온통 선거에 쏠렸다. 잊힐 만하면 성추문이 터지는데, 여야는 다투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문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최소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통렬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와 다행스럽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정의당의 성추문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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