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넘게 외교부 이끌어…외교안보 전문가 '정의용' 전격 지명

[더팩트｜문혜현 기자]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떠나게 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강 장관 교체를 전격 결정하고 후임으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장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부와 중기벤처기업부, 문화체육장관 등 3개 부처 장관 교체 소식을 밝혔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이목을 끈 건 강 장관이다.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강 장관은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3년 이상 장기 재임했다. 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주요국의 행정부 변화가 있다"라며 "여기에 맞춰서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청와대 개각 발표 전날이었던 19일만 해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에 대한 전망 등을 내놓으며 더 많은 진전을 이뤄나가야한다는 의지를 보여 교체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강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과 한미관계 발전 방향'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미동맹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그간 축적해온 성과와 교훈을 잘 이어나가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더 많은 진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 정책의 방향성과 원칙을 조속히 조율하고, 남북·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려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한미 공동의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강 장관 교체 배경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긴급 교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현 정부에서 영향력이 쇠퇴한 '북미라인의 부활'을 위한 배경도 있다는 시각이다. 유엔 출신의 강 장관과 달리 정 내정자는 외교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정 내정자는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 등 주도적 역할을 해온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4년 여를 이끌어 왔던 강 장관은 정 전 실장에게 문 정부 말기 책임을 넘기게 됐다. 강 장관은 한국 최초 여성 외교부장관으로 문 정부의 탈권위 행보에 발맞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한미정상회담과 G20,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 무대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그동안 남북관계를 도맡아 일해왔던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염두에 뒀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 외교안보 인재 풀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고를 거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석사에 이어 캄보디아 왕립학술원 명예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 특명전권대사를 지냈고,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7월 물러난 뒤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정 수석은 정 후보자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는 평가다.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도 확고히 정착·발전시키는 등 우리의 외교 지평과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