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與, '월성원전' 대응 예고…"문제 없는데 왜 난리냐"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언론이 제기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검출 관련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대표(가운데) 등 민주당 지도부. /국회사진기자단

월성 발전소 경제성 조작 의혹 '원전 위험성' 부각해 대응할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검출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예고했지만, 야당은 검찰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로 궁지에 몰렸던 여권이 '물타기'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도 방사성 물질 검출 문제 제기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계기로 다시 주도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13일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검출 관련 국회 차원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부지 내 10여 곳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71만3000베크렐, 관리 기준치의 약 18배)됐고, 사용후연료저장조 인근 집수조에서 미량의 방사능물질인 감마핵종(3~10Bq/L)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누군가의 은폐가 있었는지, 원전 마피아와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이낙연 대표)" "월성원전 관리체계에 허점이 있는 건 아닌지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김태년 원내대표)"라며 해당 논란을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정치권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월성 원전은 조사가 됐든 전문가의 토론화가 됐든 전면적으로 국회의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회의에서) 강조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소속 의원 34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차원에서 현장 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보관 시설(사용후핵연료 수조)과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을 막는 월성원전 내부 시설(차수벽)이 모두 취약하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사성 물질 검출 논란에 대해 "20~30년 동안 가동해 온 노후 원전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런 점에서 월성1호기 폐쇄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음이 확인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8일 월성원자력본부 현장 조사 진행과 함께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치적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 공세라며 반격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삼중수소 검출량은 멸치 1g 먹는 수준'이라고 한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 안전을 완전히 무시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삼중수소가 체내에 (축적되는 게) 일시적일 때와 지속될 때는 그 위험성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이다. 지하수에서 발견됐다는 건 지속해서 음용된다는 것을 충분하게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운동을 하다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양이원영 의원은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발언에 대해 이날 "사실이라면 안타깝게도 현장과 관련 규정을 잘 모르는 발언"이라며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곳은 원전 건물 또는 부지 내는 맞으나 방사선관리구역은 아니기 때문에 오염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원전사업자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통제하지 못한 사업자의 책임이 있는 것이고 제대로 된 통제를 할 수 없다면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라며 정 사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해당 논란이 발생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삼중수소가 검출된 곳은) 발전소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 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됐으며 발견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회수하여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고 반박했고, 월성 4호기 감마핵종 검출에 대해서도 "2019년 사용후연료저장조 보수 공사 이전 전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수원과 전문가는 방사성 물질 검출은 극히 소량으로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주장한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 모습. /뉴시스

전문가도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량이 미량이기 때문에 주민 안전에는 이상 없다고 주장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에 비로 생기는 자연생성 삼중수소가 1년에 대략 130조 베크렐 (1.3E14) 정도 된다"고 했다. 월성 원전에서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양도 이 정도로, 무시해도 무방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의미 있는 양의 피폭을 일으키는 방사능 수치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성 주민들이 피폭 받는 양이 1년에 바나나 6개 정도 된다. 그런데 방사성 피폭은 한번에 받는 게 훨씬 위험하다. 누가 어깨를 1000번 토닥토닥해준다고 다치겠나. 똑같은 에너지를 한번에 몰아서 때리면 어떻게 될까. (여권에서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건 겁주기 위해 만들어낸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최학렬 경주시 감포읍 주민자치위원장은 <더팩트>에 "(논란이) 지금 나온 게 아니다. 2014년부터 이 문제가 불거졌는데 원자력안전협의회부터 시작해서 조사단이 꾸려져서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조사 다 하고 (안전문제) 과학적으로 이상 없다고 발표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누가 책임지나. 누가 우리 지역 농수산물을 먹겠나. 횟집도 타격 입고 펜션 예약도 다 취소되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다 피해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민들이 건강검진도 계속하고 있다. (주민이 방사능 물질로 불안을 느낀다는 건) 저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다. 살고 있는 우리는 괜찮다고 하는데 왜 서울에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고향은 우리가 지킨다.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왜 가만히 있겠나"라며 "원안위가 안전하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당에서 조사하면 피해는 누가 보나. 원안위에서 현 정부 눈치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적으로 가면 안 된다. 원안위에서 마무리를 지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여당의 월성 발전소 방사성 검출 문제제기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최재형 감사원장. /이새롬 기자

정치권에선 이번 '월성 방사성 검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검찰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조작 정황 등 부당성이 있었다고 발표했고, 검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원전 위험성을 부각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편향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민주당도 이번 논란을 언급하며 월성원전과 관련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최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회의에서) 검찰의 정치수사, 편향수사라는 평가와 아울러 감사원 감사도 경제성만 바라보는 편향감사, 결과적으로 정치감사라는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공감대를 이뤘다"며 "(방사성 검출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unon8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