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정세 예측 어려워…재정 여력 고려 필요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1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9조3000억 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 방침을 시사한 반면 야당은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정 당국은 '전 국민 지급'에 난색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도 "지급이 불가피하다면 전 국민 지원보다는 피해 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1000명을 넘나들었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1일 12월 초 이후 처음 400명대로 떨어졌지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방역 당국은 다음 주 일일 확진자가 600~700명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을 오는 11월로 내다봤다.
정부의 관측이 적중해도 사실상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서민들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이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관광업과 여객 운송업, 공연 관련업 등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우선 지금은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안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3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도 단기적이라는 점에서 4차 재난지원금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른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9조3000억 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1·2차에도 약 22조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850조 원에 육박했고, 올해는 950조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워낙 심각한 만큼 '보편 지급'에 대한 취지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전 국민에게 소멸성 지역화폐를 지급했던 지난해 5월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다. 한국은행의 '2020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보다 6.8포인트 상승한 77.6으로 집계됐다.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져 소상공인 매출 감소폭이 둔화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재난지원금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진정세를 보였던 지난해 5월과는 다르다. 언제 확산세가 잦아들지 예측하기 어렵고, 백신의 긍정적인 효과도 언제, 얼마나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4차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다면, 당정은 업종별·계층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 제한 업종이든 아니든, 매출과 소득의 차이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만 봐도 그렇다. 상점의 명성과 위치에 따라 피해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에서는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문을 닫게 생겼다며 하소연하는 글도 있다.
계층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훨씬 더 혹독할 것이다. 고용과 수입이 불안정한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기초수급대상자 등 생계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 대한 보호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4차 재난지원금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야당이 '선거용 돈 풀기'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당·정은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야당도 소모적인 정쟁과 대립보다는 협치를 통해 민생 살리기에 전념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훗날 '때'가 돼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이 붙으면, 재정을 고려하는 한편 피해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재난 지원의 취지를 살리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