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김정은, 엇갈린 신년 메시지…올해 남북관계도 난망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남북정상의 2021년 남북관계 구상 윤곽이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은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북남(남북)관계 현 실태는 (2018년) 판문점선언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핵 전략 증강을 예고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변함없는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북한이 거부한 '코로나19 협력'을 재차 제안했다. 두 정상의 엇갈린 메시지는 올해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 845자로 이뤄진 북한 관련 메시지를 담았다. 먼저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며 "'남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고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남북관계 개선의 열쇠로 '코로나 협력'을 제안하면서 변함없는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대남 정책과 관련해 "북남관계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 "방역·인도주의 협력, 개별 관광은 비본질적 문제다", "해금강호텔 등 금강산지구 시설물을 모두 들어내라"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 회복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북남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만큼 상대해 주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비핵화'에 대해선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으면 '핵 잠수함·핵 무기 소형경량화 개발' 등 핵 능력 증강 의지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의 발언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서 코로나 협력 등 김 위원장이 이미 거부한 제안을 문 대통령이 재차 하면서, 새로운 답이나 제안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2일 통화에서 "남북 문제는 원칙적으로 북한의 과도한 요구와 변하지 않는 자세가 문제이지만, 우리 정부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대응, 지나치게 정상회담이나 이벤트 중심 대화를 희망하는 것도 막혀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코로나, 관광 협력은 안 하겠다고 며칠 전에 얘기했는데, (문 대통령이) 그 이야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었다"며 "일례로 우리도 본질적 문제를 다룰 테니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군사공동위원회를 조건 없이 열어서 대화를 나누자고 역제안을 했다면 북한은 명분이 없어졌을 것이다. 정말 대화를 하고 싶었다면 대화의 장으로 나왔을 텐데, 정부의 대북 정책 순발력·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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