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실언 논란…국민 정서 부합 의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고위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능력과 정책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까지 요구된다. 아울러 올바른 인식과 책임 있는 자세는 고위공직자 선출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고위공직자가 제시한 정책과 도덕성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으며, 인생을 살아오면서 작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눈감아 줄 수 있는 실수인지 여부는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국회와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
애초 불필요한 의혹과 불신하게 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대에 오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갖은 논란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과거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시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뒤늦게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입주자에 대해 '못 사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해 논란에 휩싸였다. 또 사회적 이슈였던 2016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19살 비정규직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돌린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인식 부재가 아쉽다. 자신만의 소신이라고 하기에는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졌다. 4년 전 발언을 지금에 와서 낙마 원인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먼지털이식' 검증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혹독한 인사 검증으로 좋은 인재를 기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점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 기피 풍토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따지는 데 '인재 모시기의 어려움'을 고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과 피해자 및 유족에게 거듭 사과한 변 후보자는 또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냐"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경우 화장이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고 했다.
여성 편견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지적할 정도였다. 야당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넘어 인성이 부족하다며 사퇴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까지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변 후보자가 여러 차례 부적절한 언사로 구설에 오르는 걸 보면서 그의 가치관과 인식이 그냥 넘어가기에는 위험해 보인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지난 18일 세 줄짜리 무성의한 사과문으로 논란을 키운 그가 정의당의 농성장에 찾아가 '구의역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도 그렇다.
청와대는 변 후보자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과 국토 균형 발전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야당의 주장이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교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반복된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나. 계속해서 자신의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는 변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인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