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저 XX", "우리남한 사람들"(?)…6일 필리버스터 '말말말'

14일 89시간동안 이어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막을 내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실언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장시간 찬반토론 속 넘치는 실언…'아무말 대잔치'

[더팩트|문혜현 기자]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6일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진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실언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극한 대치 상황을 벌인 여야 의원이 정쟁에 집중한 나머지 발언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국민의힘 요청에 따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찬반 토론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속어와 성인지감수성이 결여된 표현 등이 다수 등장했다.

첫 타자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8시간 44분 동안 토론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이 의원은 검찰 개혁을 비판하며 "대한민국은 아녀자들이 밤거리를 걸을 수 있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나라인데 경찰마저도 흔들어서 자신들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조직으로 쪼개고자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의석 쪽에선 '아녀자'라고 표현한 이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의원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은 고개를 돌린다"고 하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토론 중 법조기자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네 번째 주자였던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법조기자단 해체' 발언 하면서 특정 언론사를 공격했다. 홍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안 찬성 토론에서 "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조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 법조기자가 다 받아쓰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매체인 한겨레·경향부터 법조기자단에서 철수시키라. 그것이 국민의 검찰개혁에 함께하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결단을 내려 달라. 공영방송 KBS·MBC도 앞장서서 법조기자단을 빼라"며 언론을 압박했다.

김웅 의원은 11일 반대 토론 중 "성폭력 범죄라는 건 충동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충동의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침해 같은 게 있는 경우 오히려 성폭력 전과자들의 재범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의원은 이후 민주당·정의당에서 "저급하기 짝이 없다",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등 포화가 쏟아지자 사과 입장을 냈다.

그는 "필리버스터 과정에 제가 했던 말에 대해 평소 소중한 의견으로 받아들였던 권모 변호사님, 김해 김모 님 등이 따끔한 질책을 해주셨다"면서도 "사실 전체 주제 중에 극히 짧은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의 전후를 들으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조두순 같은 특정 부류의 범죄자에 대한 지금의 대책이 오히려 재범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민주당에서는 그걸 '역시 아무나 필리버스터 못한다'며 일부분만을 뜯어내 확산시키는 것을 보고 매우 화가 났다"고 했다.

의원들의 실언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도 벌어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대북 확성기를 통한 방송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북한 군인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는데, 지금 휴전선 일대에서는 '야 김정은 죽어라. 저 XX'식 방송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 의원의 발언은 인용이지만 본회의 석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송영길 의원은 14일 남북관계발전법 필리버스터 중 미국을 향해 자기들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남윤호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해명 입장을 냈다. 이날 송 의원은 "자기들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송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핵을 통한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며 "제 발언의 핵심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미·러·중·영·프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핵 보유 기득권 유지는 용인한 채 다른 나라의 핵보유를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불평등한 일이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남북관계발전법 찬성 토론을 하면서 우리 국민을 '우리 남한사람들'이라고 지칭해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한편 우리 남한 사람들, 우리 대한민국 주민들은 방금 말씀드린 북한과 어떤 조금이라고 연루가 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 돌격대장격 초선 의원이 이른바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도중 '우리 남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2012년 이정희 씨의 '남쪽 정부'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판받느라 바쁘실 텐데 제 무제한토론도 꼼꼼하게 챙겨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런데 트집잡을 걸 잡으셔야죠. 의원답게 정책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기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아무말 대잔치'라는 비판을 받은 89시간의 필리버스터는 14일 저녁 민주당이 종결 표결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마무리됐다. 종결 동의안은 찬성 187표, 기권 1표로 의결정족수(180석)를 넘겨 가결됐다.


moon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