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뻔뻔한 XX" 직격탄에 뿔난 정청래, '단기필마' 진격

지난 10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발해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말다툼을 하자 동료 의원들이 말리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민주당 vs 국민의힘 공수처법 '막말·고성'…코로나19 은폐 의혹까지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극심한 여야 갈등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된 건데요. 개정안은 정원 7명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약화하는 내용입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이어진 국정원법 개정안 표결에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하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국회는 이번 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둘러싼 극한 대치 상황을 이어왔습니다. 국민의힘이 구호를 외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다툼과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일촉즉발의 상황에 다시 '동물국회'가 될 뻔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해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사실이 아니었죠.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요. 만일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합니다. 먼저 혼란스러웠던 국회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지난 10일 가장 늦게 제출된 수정안부터 표결한다는 국회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 지연을 위해 발의한 수정안에 일부 반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처음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찬성으로 수정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민의힘, 공수처법 대안 발의하고 반대?…법안 설명 유상범, 반대→찬성 해프닝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다급하게 "찬성해 찬성!"을 외쳤다고요?

-네, 맞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 수정안을 본회의 직전 발의했는데요.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법안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3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기도 했는데요 "(공수처법 통과) 당시 민주당이 내세운 유일한 명분은 야당의 비토권 보장이었다. 공수처가 집권 세력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장이 추천될 수 없다고 하더니 자기들이 추천한 인물에 (야당이) 동의 안 한다고 비토권을 빼앗겠다고 한다. 의회민주주의를 허무는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는데요.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누른 겁니다. 이에 권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찬성해 찬성! 찬성하라니까!"를 외쳤습니다.

-이는 '가장 늦게 제출된 수정안부터 표결한다'는 국회법 96조를 의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초선 의원이 의석 반절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날 만도 합니다. 표결이 진행되던 전광판을 보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해? 그럼 원안(개정안)에 찬성하는 거야?" 라는 웃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이 발의한 수정안은 재석 288명 중 찬성 100명, 반대 187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습니다. 제안설명에 나섰던 유 의원도 처음엔 반대표를 던졌다가 다시 찬성으로 바꿨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발생한 해프닝이네요.(웃음)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을 향해 뻔뻔한 xx라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정 의원의 항의에 몸으로 막아서는 의원들. /남윤호 기자

◆"뻔뻔한 XX" 직격탄에 뿔난 정청래…조수진도 與에 한 소리 들은 사연

-지난 10일 민주당이 주도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직전 본회의장 앞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친 말이 오가는 말다툼과 몸싸움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단체로 입법 독주를 강행한 민주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요, 정 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려고 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 쪽에서 "뻔뻔한 XX"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정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말리는 데도 바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누가 욕한 거야, 뻔뻔한 XX"라고 따졌습니다. 동료 의원이 만류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던 정 의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다시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다시 따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약간의 몸싸움도 있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니 정 의원이 정말 단단히 화가난 것 같은데요? 다수가 모여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마치 혼자 말을 타고 적진에 뛰어드는 '단기필마'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정 의원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 하고 주 원내대표에게 "욕은 하지 말아야지, 구호를 외치라고" 하면서 따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다시 "정청래가 뻔뻔하기는 하지", "뭐 하시는 겁니까 그냥 가세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등의 비판이 추가로 쏟아졌습니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충돌했는데, 마무리는 어떻게 됐죠?

-더 확전 되지는 않고 일단 미완의 봉합 상태입니다. 야당의 요청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10일 오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 의원은 본인 SNS에 '범인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당시 영상을 올리고 "뻔뻔한 XX, 반드시 색출해서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 의원 사건(?)에 앞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에 한 소리 들었다고요?

-네, 지난 7일이었는데요,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 겸 1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소위 위원들 동의 없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국회 경호원들을 동원해서 회의장 출입을 막았습니다.

-이에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우리가 잡상인도 아니고, 진짜…김용민·김남국 (민주당 의원) 두 사람에게 똑바로 살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당시 회의장 출입 통제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따지는 과정에서 김용민 의원이 "똑바로 사세요"라는 말을 해서 조 의원도 "당신이나 똑바로 살라"고 맞받아쳤다고 합니다.

-공수처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독단적 법안 처리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이런 다툼까지 벌어졌는데요, 작금의 여야 관계를 고려하면 이런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품위를 지키는 국회, 상식적인 국회, 국민의 위해 제대로 국회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상당한데요, 여야 모두 일부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지 말고 일반적인 국민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병길(사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이새롬 기자

◆민주당 코로나 확진자 은폐 의혹 꺼냈다 머쓱해진 국민의힘

-지난 9일 국회 출입 기자들이 바짝 긴장한 일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21대 첫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날 여당의 공수처법 상정과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예고됐는데요. 기자들이 긴장한 이유는 이보다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누가 처음 주장했나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긴급 의원총회에서 언급했는데요. 자신의 보좌관이 통화 내용을 엿듣다가 민주당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데 신고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경악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 의원 발언이 취재진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러다 본회의가 무산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가 퍼졌습니다. 안 그래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면서 50인 이상 모임을 자제해야 하지만 국회는 '공무 수행'을 이유로 예외 적용돼 본회의를 열 수 있는 건데요. 만약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본회의를 열었다면 국회가 '코로나 재유행 진원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는 그대로 진행 됐죠?

-의혹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도 답답함을 느꼈는지 민주당에 '엄포'를 놓았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측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었습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각 의원실에 '긴급 요청안'이라는 문자를 보내 "의원실 보좌진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회사무처도 해당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보좌진과 함께 CCTV를 확인했지만, 민주당 보좌진이 통화한 장면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본회의 무산 위기로 번질 뻔했던 '보좌진 코로나 은폐' 의혹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민보협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결론나자 성명서를 내고 "공수처법과 각종 민생법안 논의 과정에서 보여온 발목잡기 행태의 연장선"이라며 국민의힘 측에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공수처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마땅한 전략이 없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그러지 않았나 싶네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발언하는 강 대변인. /뉴시스

◆'선제적 코로나 검사'…靑 대변인의 메시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합니다. 연일 700명에 육박할 정도인데요. 청와대도 예의주시할 텐데 최근 분위기는 어떤가요?

-국가 핵심기관인 청와대에 코로나 침투한다면 말 그대로 비상이겠지요.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지난달 23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했을 때부터 강화된 방역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모임과 회식 등 취소는 물론 재택근무와 분산근무 등으로 원격근무를 실시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도 전보다 썰렁해졌습니다. 몇 언론사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춘추관의 권고도 있었고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살짝 놀랐어요. 청와대가 뚫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말이죠.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선 강 대변인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검사를 받고 오후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확진자와 접촉한 것은 아니고, 지인이 다니는 교육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만일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입니다. 일종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혹은 감염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으라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3차 대유행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깜깜이 감염 우려도 크고요. 다들 철저히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몸을 사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절 약속을 잡지 않고 동선을 최소화해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얘기를 들어 보니 웬만하면 집과 춘추관을 제외하고 다른 장소는 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은 살짝 마른기침만 하더라도 주변과 감염 의심이 신경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연말인데요, 다들 힘들고 어렵겠지만 각자 조심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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