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널 끝 보여"…백신·치료제에 기대감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코로나의 긴 터널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곧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정부가 확보한 4400만 명분의 백신을 내년 2~3월쯤 접종하면 서서히 코로나를 이겨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전날 국제백신확보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1000만명분을,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아스트라자네카 2000만회, 화이자 2000만회, 얀센 400만회, 모더나 2000만회 분 등 총 6400만회(3400만 명) 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내년 2~3월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국내 기업들의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믿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면 우리는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좀처럼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는 최근 문 대통령은 직접 전면에 나서며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백신의 안전성 검증과 여유분 확보, 역학조사 역량 강화를 위한 공중보건의 투입 확대, 중환자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확충 등 세밀하게 지시했다. 지난 7일에도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수도권 지역의 현장 역학조사 역량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그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방역 전선에 나선 것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과 전파 속도가 빠른 데다 감염경로마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계절적인 요인까지 더해져 코로나 사태가 훨씬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면 정부는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전날 오전 0시보다 686명 늘어난 3만943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264명)과 경기(214명), 인천(46명) 등 수도권 확진자만 524명으로, 처음으로 500명대를 기록했다. 이달 3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나온 일일 확진자는 540→629→583→631→615→594→686명이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대로 발생하면서 감염을 우려하는 국민의 걱정이 크다. 또한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확산 방지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아짐으로써 시민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고 내수마저 얼어붙어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매우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과 더불어민주당의 개혁 입법 강행 등으로 당·청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 또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하다.
이 여파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후반기 국정 운영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레임덕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마저 무너진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코너에 몰리게 된다. 현 정부의 성과로 꼽히는 방역 외에는 당장 반등할 계기가 없어 보인다.
최악의 3차 대유행 사태 위기를 잘 넘긴다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평가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유행을 진정시킨 영향으로 지난 5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까지 치솟은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치료제와 백신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단기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코로나 확산세를 빠르게 진정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국민께서는 백신과 치료제의 희망을 보며,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역량을 믿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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