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친문' 권력의 해부②] '헤쳐 모여' 중심은 어디?…같은 듯 다른 '친문'들

174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류 친문 계파와 작은 규모의 여러 계파로 나뉘었다. 지난 4월 21대 총선 이후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선화 기자

여권 내 대권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문(親文)그룹'이 공개적으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이외의 '제3후보론'을 언급하며 판 키우기에 나섰다. 2004년의 친노(親盧)는 집권당의 주류가 된 동시에 구심력을 잃고 분화했다. 친문으로 진화한 이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포스트 문재인'을 찾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더팩트>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친노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면서 '친노의 친문화'가 진행된 과정, 21대 국회에서 세분된 친문 계파를 정리하고, '친노그룹'의 후계자 선택 방정식을 2020년 현재에 적용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를 전망한다. <편집자 주>

사라진 '박원순·손학규계' 어디로 향했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174석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느슨한 친문 고리로 묶여 있으면서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당내 주류가 된 친문은 '진문(眞文)', '신문(新文)' 등으로 분화해 활동하고 있다.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의 계파 지형은 '신문'이 대다수다. 민주당 의석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초선 의원들(81명)은 이해찬 지도부로부터 파생된 친문이거나 청와대 출신 친문, 이번 총선에서 원내로 입성한 친문이다. 친문으로 알려진 인사 중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 지도부에 속한 이들이 눈에 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혀가려는 이 대표와 한 배를 타면서 '친이낙연계'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인 듯 친문 아닌 친문 같은 너'…범친노의 분화

민주당 계파는 크게 친문·친노·정세균계·민평련계·이재명계·이낙연계 등 6갈래로 나뉜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민주당 연구단체인 '민주주의4.0'은 여러 계파가 한 데 모인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 대표 친문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다양한 출신의 56명 의원이 대거 참여한 민주주의4.0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추대할 거란 전망도 있다.

이 연구단체엔 홍영표·윤호중(이상 4선)·이학영·도종환·민홍철·김경협·전해철·서영교·이광재(이상3선)·김철민·박재호·서삼석·김정호·김병기·신동근·맹성규·박정·어기구·송기헌·김종민·김승남·권칠승·최인호·박찬대·황희·김영호·한병도·강병원·박주민(이상 재선)·이용선·송재호·민형배·김병주·정태호·고영인·강준현·최종윤·오기형·이용우·김영배·강득구·임호선·김민철·신영대·이원택·김승원·허영·박상혁·한준호·김용민·강선우·홍정민·고민정·신현영·장철민·전용기(이상 초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주의4.0 인사를 보면 이낙연 대표 지도부에서 활동하는 인사들과 청와대 출신 친문 인사가 중복된다. 최인호·강선우·홍정민·신영대 의원은 이낙연 대표 지도부에서 당 대변인·원내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동근·김종민 의원은 현 지도부 최고위원이다. 한병도·정태호·김영배·한준호 의원은 문 대통령 청와대 출신이다. 다만 정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 김 의원은 정무실장, 한 의원은 K뉴딜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호남 출신이면서 이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승남 의원, 정세균계로 알려진 김철민 의원도 연구단체에 포함돼 있다. 원조 친노로 불리우는 이광재 의원, 서울시 출신인 허영·최종윤 의원도 해당된다. 민주주의4.0은 다른 연구기관과 달리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친문 계파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제 구성원은 다양하다.

민주당은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 지도부 출범으로 계파 구도에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9월 이 대표가 취임 이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밖에 민주주의4.0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친문 주류로 불리는 의원으로는 김태년·진성준·정청래·전재수·김두관·진선미·박범계·송영길·김남국 의원 등이 있다. 또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활동했던 윤관석·이재정·조정식·김민석·장경태·이수진 의원과 21대 총선 영입인재인 최기상·홍성국·임오경·오영환·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넓은 의미의 친문으로 분류된다.

이낙연계는 이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인사와 지도부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최고위원인 김종민·노웅래·양향자·신동근 의원과 박광온 사무총장, 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 김영배 정무실장, 홍익표 민주연구원장, 최인호 수석대변인, 한정애 정책위의장,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 홍정민 원내대변인, 박성준 원내대변인, 강선우 당 대변인, 송갑석 당 대변인, 한준호 K뉴딜 위원 등이 꼽힌다.

이외에도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았던 강훈식·김주영·문진석·이탄희 의원, 호남 출신인 이개호·김회재·김승남·서동용·소병철·조오섭 의원,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혜숙·백혜련·고용진·정춘숙·이소영 의원, 친노계 비문 인사인 설훈 의원 등이 이낙연계로 분류된다.

이 대표와 함께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계파는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이 지사가 비주류였을 뿐 아니라 원외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의원이 사실상 좌장을 맡고 있는 이재명계는 19대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김영진 의원과 이 지사 구명토론회에 참석한 김한정·김병욱·이규민·임종성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최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경기지역 의원들과 접촉 폭을 늘려가고 있다.

대선주자인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이낙연계는 현 지도부 주요 인사와 호남 기반 의원들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범친노지만 합리적 중도 성향을 띠는 정세균계에는 김진표·안규백·김영주 의원과 김상희 국회 부의장과 같은 중진 의원이 있다. 이밖에 이원욱·김철민·위성곤·박용진 의원이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국회의장을 역임할 정도로 정치권 내 평판이 좋고 경제 전문가로도 널리 알려진 정세균 총리도 대선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김근태 전 국회의장의 뜻을 따르는 민주평화연대(민평련)와 86운동권 그룹은 대부분 친문이지만 그 관계가 느슨한 편이다. 전대협 수장인 우상호·이인영 의원과 민평련 수장 격인 인재근 의원, 우원식·박홍근·유동수·박완주·조승래·정재호·기동민·유기홍·천준호·홍익표·김민기·소병훈 의원 등이 있다.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친문·이낙연계·이재명계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친노'로 시작한 중진들 대부분 '친문'으로…소멸한 '박원순·손학규계'

당내 3선 이상 의원들의 계파 이동을 보면 친문의 분화 과정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민주당 44명 중진 의원 중 친문은 21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친노에서 친문이 됐지만 전혀 다른 계파에서 흘러온 경우도 있다.

원조 친문으로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정청래·서영교·민홍철 의원이 꼽힌다. 이학영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 출신으로, '친노 겸 친문'이다. 흔히 '친문 탄생 시점'으로 언급되는 2012년 대선 시절 지지 세력으로는 전해철·윤호중·윤후덕·김태년·박광온·진선미 의원이 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최측근인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로 불리우기도 했다. 전 의원은 정치 활동을 하는 유일한 3철로 친문 대표의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지지 세력으로는 도종환·김경협·박범계·김민석 의원 등이 있다. 윤관석·송영길 의원도 이 때의 인연으로 친문으로 분류된다.

또 민주당 계파 분화 중 박원순계의 소멸은 눈여겨볼 만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3선 달성 이후 문 정부는 이른바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청와대 및 정부조직에 대거 기용했다. 대부분 시민사회 출신인 이들은 서울시 요직에서 일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 박 전 시장의 영향력 확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민주당 3선 이상 중진 44명 중 친문은 21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친노 진영에서 친문으로 이어져왔다. 지난 9월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전해철(왼쪽)·김경협 의원. /남윤호 기자

정무부시장 출신인 김원이 의원과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의원 등 서울시 출신이 주를 이룬다. 허영·윤준병·기동민·최종윤 의원 등도 포함된다. 유일한 국회의원 장례위원이었던 박홍근 의원도 박원순계로 분류돼 왔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친문에 흡수됐다. 일부는 민평련 계열에 속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 전 대거 탈당 사태로 민주당을 떠난 손학규계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 대표 또한 오랫동안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3선의 전혜숙 의원도 이에 속했지만 현재는 민평련계로 꼽힌다. 전 의원은 최근 이 대표 특보단으로 활동하며 지지를 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의원은 손학규계로 활동하다 이해찬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으로 일하며 친문이 됐다.

중진 중 이개호 의원은 출신 지역구가 같을 뿐 아니라 이 대표의 '오른팔'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왕성한 물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의원이 원내에 들어오기 전 전라남도 문화국장으로 일할 때 전남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이 대표가 지역 문화재 개선 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대규모 탈당 사태 때에 이 의원 탈당을 만류하며 더 가까워진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친노 중진 인사인 설훈 의원도 최근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친문 대선주자 배출' 움직임…계파들 치열한 '물밑경쟁' 괜찮을까

당내 다양한 계파들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 발굴 및 영향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민주주의 4.0은 당내 여러 계파들이 섞여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계파 정치에 따르는 우려나 부정적 견해는 일부 있지만, 당내 인사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각자 친소관계에 따라서, 본인 바라는 바에 따라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의원은 "(계파는) 많을 수록 좋다"며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지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거야말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문제는 그럴 정도의 역량이 되느냐다. 별도의 문제"라며 "역량도 안 되면서 (대선주자)하겠다고 나선다면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밑 활동'과 관련해 "당연히 해야 한다. 내가 뜻을 세웠으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말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활동을 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당 특성상 계파 정치는 민주적 정당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에서도 다수 계파를 통한 후보 배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온택트 의원총회. /남윤호 기자

이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임기 말 당내 불협화음이 정권을 붕괴시켜온 걸 우리가 봐오지 않았나"라며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차기 대권주자가 떠오르고 이들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들은 통제가 잘 되지 않는다. 대선주자를 정리할 수 있는 건 당 내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단일한 조직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민주주의4.0과 관련해선 "일종의 관리 및 조율, 분위기 전환 등 총체적인 정권 재창출을 위한 수단을 만들기 위해 당내 핵심 세력이 모인 것"이라며 "앞으로는 민주주의4.0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박 평론가는 또 당내 계파에 대해 "양날의 검이다. 잘 활용하면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면서 "잘못하면 당내 패권세력 집합체가 돼 논란과 갈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통 이런 경우는 전자가 더 실현 가능하다"며 "당에서 정권 재창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주류가 대선정국을 끌어갈 때 섭섭한 사람은 많지만 대놓고 드러낼 순 없을 거다. 공통분모가 정권 재창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주의4.0의 출범은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고,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민주주의4.0은) 동일 계파들의 모임 성격은 분명히 된다"면서도 "모든 사람이 똑같이 움직인다면 그건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 문제는 이 계파가 어떤 식의 모습을 보이느냐다. 계파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어떤 계파에서 대선후보가 나왔다고 해서 다른 계파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없다"며 "계파 자체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절대 미리 예단할 수 없다. 다만 계파의 어떤 특정 행동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는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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