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중용했던 윤 총장 거취 조만간 결정할 듯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일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정부 출범 9일 만이었다.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을 위한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렸다. 일순간 윤 검사는 단일 검찰청으로 검찰 최대 조직 수장에 올랐다. 전례가 드문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임 중앙지검장이었던 이영렬 전 검사장이 사법연수원 18기였는데, 무려 다섯 기수가 내려갔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파격적인 인사였다. 문 대통령이 기수 파괴를 통해 인적쇄신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통상 검찰에서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 또는 고검장으로 승진하면 검사복을 벗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으로 윤 당시 지검장의 검사 인생이 바뀌게 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부의 외압을 폭로해 징계를 받았고, 이후 수사 업무와 거리가 먼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되는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평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직진하면서 '화려한 귀환'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2년 뒤인 2019년 6월 문 대통령은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이번에는 고검장을 건너뛰고 검찰 수장으로 앉혔다. 문무일 당시 총장보다 5기수 후배를 꽂았다. 청와대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검찰개혁과 조직쇄신도 완수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근본적으로 사법권력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립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의 분산, 견제,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크게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거듭 중용한 것은 검찰개혁과 적폐수사 완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평가됐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지명에 대해 "혹시나가 역시나인 인사"라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윤 총장을 두고는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불과 1년 반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야당이 윤 총장을 지원사격하고, 정부여당은 윤 총장을 맹비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야당은 문 대통령과 여당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급기야 윤 총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는 등 몸집이 커졌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와 직무배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첨예한 갈등은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추·윤 사태'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문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빠르게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조만간 문 대통령은 스스로 임명한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결정할 전망이다. 오는 4일 열릴 예정인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를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징계위가 해임 등 중징계가 의결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다면 윤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