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사태'에 국정 운영 부담…모두 정리 가능성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을 끝내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정국 블랙홀이 된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결자해지 차원에서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하다. 팽팽한 여론을 고려해 시차를 두고 두 사람을 정리하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추 장관과 면담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로 들어가 문 대통령과 만났다. 예고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윤 총장과 동반 사퇴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법무부는 "추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며 "사퇴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국무회의 직전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10여 분간 독대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추 장관 면담을 고려하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 관련 현안과 함께 거취 관련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가 전날(11월 30일)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영향도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첨예한 갈등은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데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양분으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이날(1일) 윤 총장이 직무배제 조치를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추 장관 '승부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의 요구처럼 추 장관을 당장 해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분투하는 추 장관을 쉽게 내칠 수도 없으며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 장관과 윤 총장 어느 한 사람만 정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윤 총장이 자진 사퇴한다면 갈등 국면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법원 결정 이후 곧바로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사실상 자진 사퇴는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애초 2일 징계위를 열고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윤 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4일로 연기했다. 징계위에서 해임 등 중징계가 의결된다면 최종 결정은 문 대통령의 몫이 된다. 문 대통령이 재가한다면 윤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문 대통령의 부담은 크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결정에 불복하고 소송에 들어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국정 동력을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총장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정국이 계속 혼란스럽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윤 총장만 정리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연말로 예상되는 개각 때 추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본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