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성추문'서 '신공항'으로 프레임 바뀐 부산시장 선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열리게 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추문 심판에서 가덕도 신공항 논란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여성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오 전 시장이 지난 5월 22일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조탁만 기자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카드에 혼란 빠진 국민의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프레임이 '성추문'에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당초 부산시장 보선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열리게 된 만큼 '성추문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부산 지역의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면서 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핵심 텃밭인 대구·경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한 문제를 두고 혼란에 빠진 가운데 '가덕도'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1개월간의 조사 끝에 지난 17일 "김해 신공항 추진 사업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를 '김해 신공항 백지화'로 인식한 민주당은 즉각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하겠다며 가덕도 신공항 추진 속도전에 나섰다.

이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국민의힘 쪽에서 먼저 나왔다. 하태경·박수영 의원이 지난 20일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의원 15인과 공동으로 발의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것이다.

이 특별법에는 부산 가덕도에 건설할 신공항 개발 계획의 절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정부의 재정·행정적 지원,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특례 등을 규정해 원활한 신공항 건설을 위한 법적 근거 및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시장 보선 후보군인 서병수 의원, 이진복·이언주 전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민주당도 가덕도 신공항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삼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 TK 지역 의원들의 의견은 다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 5선)는 지난 2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증위원장은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한 적이 없고 전반적 재검토를 하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가덕도의 '가'자도 논의한 적 없다는데, 부산시장 보선을 오거돈 성추행 선거에서 신공항 문제로 바꾸기 위해 (민주당이)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와 논의 없이 특별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찬반 여부를 떠나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원 감사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가덕도는 검증위의 법적근거, 권한도 불분명하고 김수삼 위원장도 김해공항 확장안이 취소된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러면 김해 신공항 확장이 정부안으로 남아 있는 것이어서 그것이 유효한지 주무부서인 국토부가 먼저 밝혀야 한다"고 정부 측에 공을 떠넘겼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도 입장이 엇갈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부여당의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이간질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해 볼 만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불붙이고, 소속 지역 의원과 보선 후보자들이 기름을 부은 가덕도 신공항을 무작정 반대하기도 어렵고, 적극 추진하자니 TK 지역 등의 반발이 거세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를 두고 민주당은 조롱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대해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 국민의힘이 반으로 쪼개졌다"며 "학교 학생회 정치력도 국민의힘보다 낫다"고 했고, 강훈식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 한다면 명확히 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 논의는 민주당이 부산시장 보선을 의식해서 꺼냈다는 심증만 있지 확증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않으면서 보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며 "검증위에서 '가'자도 나오지 않았고, 2016년 김해 신공항 확장을 결정했던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2위로 가덕도가 아니라 밀양을 꼽았다. 그러면 가덕도보다 밀양이 먼저 거론돼야 하는데 가덕도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가덕도가 나오기까지 논리적 비약·공백이 많고, 야당은 그런 논리적 문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지금 행보는 부산시민 눈치를 보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가덕도는 두고 공수처, 부동산 등에 대한 문제만 제기하면서 논리적 일관성을 보이지 않아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산의 눈치를 보다가 더 큰 그림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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