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1억5188만 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별도로 의원실 지원경비(사무실 운영비, 업무추진비, 차량 유류비 등)로 연간 962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2020년 기준). 여기에 더해 정치자금으로 활용할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다. 후원금은 선거 없는 해에는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올해처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모금 한도가 늘어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금은 선거가 있었던 올해의 경우 1월 1일부터 선거일 후 20일까지(올해 경우 5월 5일)의 모금 및 지출 내역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1차로 보고하고(보고시한 5월 15일), 5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금 및 사용 내역은 내년 1월 31일까지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더팩트>는 2억 원 중반대의 세비를 받는 의원들이 추가로 모금하는 돈이 얼마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관련 자료를 입수·분석했다. 그 내용을 정당-의원별 후원금 모금액, 사용 내역, 총선 낙선자들의 후원금 모금 및 사용 내역으로 나눠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후원금 땡처리용' 특별 격려금 지급 사례도 다수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20대 국회의원 중 후원금 모금 1위는 3억627만 원을 모은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선 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최재성 정무수석(3억 원)은 낙선자 전체 2위, 여당 의원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조원진 우리공화당(대구 달서병, 2억9999만 원) △김학용 통합당(경기 안성, 2억9958만 원) △민경욱 통합당(인천 연수을, 2억9950만 원) △김부겸 민주당(대구 수성갑, 2억9864만 원) 전 의원이 각각 3~6위를 기록했다. 전남 목포에 출마했던 박지원 국정원장(2억 9447만 원)과 부산 진갑에 나와 4선에 도전했던 김영춘 국회사무총장(2억9300만 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모금액 하위 5인은 정양석 통합당(서울 강북갑, 4705만 원), 정인화 무소속(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4559만 원), 이정현 무소속(전남 순천, 4531만 원), 추혜선 정의당(비례대표, 4055만 원), 신보라 통합당(비례대표, 2597만 원) 전 의원으로 이들의 모금액은 4800만 원 이하였다.
◆고액 후원자수 1위는 박지원...민경욱 '18원 후원금' 288건
모금액 상위 10인의 연간 300만 원 이상 고액 후원자 수를 살펴보니 박 원장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박 원장 후원자들은 지역구인 전남 목포 외에도 서울 서초와 강남,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 울산, 대전 등 각지에 주소를 둔 이들이었다.
이어 △최재성(23명) △김관영(17명) △윤준호(15명) △민경욱(14명) △나경원·김부겸(13명) △김영춘·김학용(8명) △조원진(5명) 전 의원 순이다.
최 정무수석의 고액 후원자 중에는 '상온 독감 백신' 논란을 일으킨 신성약품 김진문 대표, 신장용 전 의원, SBS미디어그룹 회장을 지낸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의 이름이 있어 눈길을 끈다.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온 민경욱 전 의원은 낙선자 중 '18원 후원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 전 의원은 이번 기간 기명 후원금으로 2억9538만 원, 익명 후원금으로 412만 원을 수령했다. 이 중 '18원' 후원금이 288건이다. '1원', '10원', '180원'도 다수 있었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18원 후원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유권자가 의원에게 항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친박계 의원들 대상으로 입금 운동을 벌인 것에서 비롯됐다. 정치적 반감을 나타낸다는 의미 외에도 입금액보다 영수증 발급 등 행정 처리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의원실에선 곤혹스러운 후원금이다.
지도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도 '18원'을 29건 받아, 익명 후원금이 522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재철·정태옥·오신환 전 의원은 '18원'을 4건 받아 익명 후원금이 72원이었고, 나 전 의원은 1800원 1건과 18원을 포함해 익명 후원금이 181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태 전 의원은 익명 후원금이 12만 원으로, 이 중 1원(3건), 18원(2건), 20원(1건) 등이 포함됐다. 주광덕 전 의원도 익명 후원금 33만 원 중 '18원'이 2건이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정동영 전 의원도 각각 1800원이 1건씩, 조원진 전 의원은 18원을 1건 받았다. 이정현 전 의원도 18원이 1건 있었지만, '1004원'도 8건이 있었다.
◆김영춘·김부겸·김진태 총선 후 '특별 상여금' 지급...후원금 사용 범위 제한 목소리도
선거에는 수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선거사무소에 설치하는 간판·현수막 제작 설치 비용, 선거사무 관계자 지급 비용, 선거운동 전화 설치비 및 통화료 등은 '선거비용'으로 인정되지만 선거사무소 임대료와 일반 집기류 구입 등은 선거비용 보전이 안 된다.
이에 후보자는 후원회 정치자금으로 선거 사무소 유지비용을 비롯해 △정당 내부 경선 비용 △선거관리위원회 기탁금 △선거사무소 공공요금 등을 지출하고 있다.
2억 원 이상을 모금한 21대 총선 낙선자 정치 후원금 지출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같은 지출 외에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후원금을 과하게 지출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인건비' 명목으로 선거 사무원 등 3인에게 각각 400만 원, 200만 원, 180만 원을 매월 지급했고, 총선이 끝난 4월 17일에는 특별 상여금으로 2인에게 각각 180만 원과 120만 원을 지급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도 지난 4월 20일 특별 상여금 명목으로 100만 원씩 두 차례 지급했으며, 4월 27일엔 8인에게 각 200만 원씩 지출했다. 김진태 전 의원도 5월 1일 직원 격려금으로 2인에게 100만 원씩 지급했다.
일각에선 후원금 사용 범위를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법에서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만 써야 하며, 사적 경비로 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원의 가계 지원·보조 △개인 채무 변제 △사적 모임 지원 경비 △의원 개인 여가활동비 등 4개 항목만 '사적 경비'로 명시했을 뿐이다. 남은 후원금과 후원회 재산은 국고에 귀속시키거나 정당, 공익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에 넘겨야 하는 '공익성'을 띄고 있는 만큼 지출 기준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지난 2016년 8월 국회의원 정치자금 부정 용도 기준을 개정하자는 취지의 개정 의견을 냈지만, 바뀐 것을 없다.
이 안에는 현행법상 정치자금 회계를 일반인에게 3개월간 열람 및 사본교부를 허용하고, 선거비용 수입과 지출명세서는 선관위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정치자금 수입·지출이 있는 경우 48시간 이내에 선관위 누리집에 실시간으로 공개토록 하자는 안이 담겨 있다.
또한 정치자금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 지출을 막기 위해 지출기준을 법과 규칙에 명확하고 규정하고, 정치자금을 사적·부정한 용도로 지출하는 경우 법정 형량을 강화(현행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 벌금->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정 의견을 내거나 국회의원과 회계책임자 대상 안내책자를 지급하고 회계보고 심사도 철저히 하고, 초선 의원들에게 설명회도 하고 있다"며 "정치자금 부정 사용 우려를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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