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위급 인맥 활용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 반영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주일대사에 '일본통'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대표적 '지일파'를 전진 배치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강 내정자의 이력은 일본과 관련이 깊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로서 국내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국회의원 재직 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내리 4선(17·18·19·20대)을 하며 오랜 의정활동 경험과 일본 내 두터운 인맥이 강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일본 정치권과 맞닿아 있는 강 내정자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한일 현안을 풀어나갈 적임자라고 문 대통령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일본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일본에 새로운 내각이 출범함에 따라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며 "특히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며 고위급 네트워크를 쌓아와 정통 외교관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적합하다고 (문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과 관계 회복을 내세우고 있고 반중(反中)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우방과의 공조체제를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실제 최근 한국 정부를 중심으로 한일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달에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예방하고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노역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문 대통령은 일본 측과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강 내정자에게 주일대사를 맡기면서 한일관계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고위급 네트워크' 활용을 언급한 부분은 강 내정자가 일본과 주파수를 맞추고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강 내정자가 강제노역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어느 누구든 마찬가지"라면서 "주일대사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며, 직접 나서서 양국을 중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의원내각제인 일본 정부 특성상 정부·여당(자민당)이 한몸이기 때문에 강 내정자가 일본 측 인사와 만나 설득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면서 "강 내정자가 내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미쓰비스중공업의 국내자산) 매각 명령이 나오더라도 일본이 즉각 보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도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도 일본 측이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해당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