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보단 남북 교류협력 가능성도"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북한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도발'이 아닌 '대화' 요구에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19일 KBS 인터뷰에서 "미사일이나 핵을 가지고 긴장을 통한 접근 방식보다 냉면을 차려놓고 유연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며 특유의 비유를 사용해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반응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대한 의지도 재차 내비쳤다.
이에 대해 북한은 노동당 관영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필요 없다'는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는 외부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8월 대규모 수해피해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국내외에서 지원의지를 밝혔지만, 이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북한의 거절에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에도 묵묵부답 중이다. 북한 관영매체뿐 아니라 대외선전매체들도 일제히 미국 대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북한이 온 힘을 쏟고 있는 내년 1월 예정된 8차 당대회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대내외전략 노선을 발표할 거라고 보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 간 교감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남북협력에 호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9월 남북관계 교착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답서를 보내 관계복원의 뜻을 넌지시 비추기도 했다. 또한, 북한군의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에도 직접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남북 간의 교류협력이 가능할 거라고도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친서교환과 김 위원장의 의지를 봤을 때 남북 간 대화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코로나19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관의 발언에도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대화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내년 3월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군사훈련 강도에 따라 도발이 될 수 있고, 북미대화가 빨리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에 나서는 것은 북한으로서 득 될 것이 없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통화에서 "실제적인 도발보다는 관망하면서 미국 측과 협상 그리고 남측과 교류협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는 "지난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 10일)을 통해 종합무기체계의 역량을 과시했다"면서 "이미 무기체계를 보여줬기 때문에 도발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 군축협상을 통해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전략"이라며 "미국이 북미협상을 위한 조직·인사에 시간이 걸리니 한국 정부와 교류협력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의 행보는 바이든의 입에 달려 있단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을 승계한다면 남북대화를 통해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북미는 '화염과 분노'로 대표되는 긴장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로 인해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살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초청했고, 이는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