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국민의힘 의원들 만난 금태섭의 작심 비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상식의 정치, 책임의 정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독선·오만한 민주당…야권, '통합의 정치'로 독주 깨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 야권연대 합류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명불허전 보수다', 간사 허은아 의원)에 강연자로 나섰다. 금 전 의원은 탈당 후 처음으로 보수정당 행사에 참석해 여야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독선과 오만에 빠진 민주당과 계속된 상대방의 잘못에도 대안 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한 것이다. 또한 본인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허은아, 전주혜, 최승재 의원 등 1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상식의 정치, 책임의 정치'를 주제로 1시간 30분가량 강의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이 되는 생산적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진심을 갖고 이자리에 나왔다"고 말문을 연 그는 민주당의 실정과 국민의힘의 무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그는 민주당을 향해 "독선과 오만, 그리고 고집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는 탈당했지만 지금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다"라며 "법무부 장관(추미애)과 검찰총장(윤석열)이 매일 같이 충돌해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여당은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한쪽 편을 들어서 야단을 친다. 대통령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침묵만 지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답할 말이 없다"라며 "당연히 가장 큰 책임은 집권 세력에 있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견제에 나서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폭주와 야당의 무능으로 비상식적, 비합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금 전 의원은 판단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 강연에 참석한 모습. /이새롬 기자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야권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지는 싸움을 자꾸 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쓴 약을 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10년가량 침체기를 겪으며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민주당의 이미지를 대변했던 이해찬·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핵심 중의 핵심을 '희생'한 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는 김종인 체제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시도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 세력이 연합이나 연대를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당장 세가 약해서 독자적으로 상대와 맞서기 힘들 때는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면서도 "외연 확장 과정에서 연대하려는 이들이 충분히 논의해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각자 변화해야 한다. '곱셈의 연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 전 의원은 곱셈의 연대와 관련해 강연 직후 기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말하는 혁신 플랫폼과 비슷한 것 같다'고 묻자 "안 대표의 형식을 갖추자는 것이고 저는 내용과 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금 전 의원은 "통합의 정치가 이긴다"며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민주당을 탈당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편 가르기 하면서 진영 논리에 편승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독주를 깨려면 이와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 정권 탓, 야당 탓, 언론 탓 등 '남 탓'만 하는 민주당 열혈 지지층이 온라인상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나 발언을 찾아다니면서 댓글 공격, 문자 폭탄을 가하는 것에 발끈한 야권에서 "우리도 싸우자", "싸워서 이기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게임을 하면 결코 이길 수가 없다는 게 금 전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가능하다면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지금과 같이 독선적인 모습에 질린 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서 야당을 지지하게 하거나, 여당 지지를 포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들은 안정감을 원한다. 그것이 바로 통합의 정치다. 이는 야권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식이기도 하지만 옳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금 전 의원은 약 45분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동질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 라운드(입당 및 보선 경선)에 올라가 진정으로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서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하는 것은 어떤 설명을 붙여도 국민이 보기에 별로 좋아 보일 것 같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은 상식과 합리적 정치의 복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제 역할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고 과거처럼 계속 간다면 희망이 없어 제3지대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권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합류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또한 그는 "김종인 위원장과는 탈당 후 만나지 않았고, 아직 만날 약속을 하지도 않았지만 종종 뵙던 분으로 앞으로 만날 일이 있을 것 같다"며 "내년 보선의 의미와 제 역할을 깊이 고민해서 감당할 부분이 있으면 감당하겠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하고 나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끝으로 금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으로 열리는 보선에 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해 후보자를 내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치적 문제를 떠나 민주당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다가 후보자를 내려고 하면서 당 대표가 형식적 사과를 해 피해자 입장에선 이게 사과인지 알 수가 없었다"라며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밝힌 후 피해자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지지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지 않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로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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