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총리 취임과 바이든 당선이란 대외적 요건 계기"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회통을 계기로 최악의 한일관계 돌파구를 마련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은 10일 오후 일본 총리 관저에서 스가 총리와 약 25분 동안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스가 총리는 한일관계는 물론, 대북 대응에 있어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이란 의견을 건넸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는 한국이 해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일 정상 간 교류 상황 속에 이번 만남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본 측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아쉬운 부문이다.
일본 언론을 통해서 박 원장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큰 틀에서 양국 우호 선언을 한 뒤 실무 레벨에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해결 방안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한일 양측이 팽팽하게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워 보인다. 일본 현지언론은 박 원장의 제안에 일본 정부는 비현실적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양측이 중단했던 고위급 회담을 다시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앞서, 스가 총리가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한일)의원연맹 특사를 보내 우리 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났고, 박 원장을 만나면서 이번 만남이 성사된 됐기 때문에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러한 움직임은 상당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제징용'문제가 쉽게 해결될 걸로 전망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최근 한일 간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스가 총리의 의지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라는 대외적인 요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종문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까지는 무반응 무대책의 느낌이었지만, 외교안보라인이 바뀐 뒤에 대화채널을 복원하자는 분위기"라면서 "비공식 접촉은 있었지만, 이제 공개적으로 진전된 안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으니 한일 양국 모두 관계개선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처럼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동북아 정세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일본 정부에 시그널을 보내고, 미국에도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도 통화에서 "스가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방문한 것"이라며 "또, 한일의원연맹 의원들도 일본에 방문한다. 이 모든 움직임은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의견을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직은 이견이 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아베 정권에서 이런 부분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호사카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대외적인 요건으로 최근 지각변동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전략은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으로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처럼 한미일 관계를 강화시키려고 할 텐데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 모두 이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