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공수처' 2라운드…與 '판사' vs 野 '검사'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3일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이 끝난후 대화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野추천 석동현 "공수처는 괴물기관"…與 "이달 내 처장 임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이 마무리됐다. 추천위가 대통령에게 추천할 2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은 야당 측 후보의 정파성 등을 문제 삼고 있고, 야당은 추천 후보 스스로가 공수처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내 공수처장 임명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합의가 지연될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여야는 처장 후보군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처장의) 중요한 자질은 정치적 중립성인데 이번 야당 추천위원이 추천한 사람들을 보면 정치적 중립성과 먼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검사 출신이 그대로 와서 공수처장이 되거나 공수처가 검찰의 이중대가 돼버리면 안 된다"며 "공수처가 이렇게(검사 출신으로 구성) 돼버렸을 때 검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공수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이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가 검찰 견제의 역할도 해야겠지만, 그게 주목적은 아니고 고위공무원들의 범죄에 대한 수사가 주목적"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날 추천위가 밝힌 후보 명단에서도 공수처 성격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당 측 위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종민·권동주·전현정 변호사 등 3명은 모두 판사 출신 법조인이다. 야당 측 위원들이 추천한 석동현·손기호(10일 오후 사퇴)·김경수·강찬우 변호사는 모두 검사 출신이다.

추천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2인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양당 추천위원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2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현판식 앞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와 추미애 법무장관(왼쪽에서 세 번째) 등 관계자. /남용희 기자

추천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고 11명 후보 중 '최종 2인'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추천위가 후보를 2명으로 간추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에 임명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다만 추천위가 여야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최종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측 추천 후보는 공수처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야당 측의 공수처장 후보추천 요청을 받고 수락하기는 했지만 마음은 착잡하다"며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했다.

이번 주까지 처장 후보 선정 작업이 지연될 경우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또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선정해 제1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한 상태다.

이 대표가 지난 9일 "이달 안에 공수처장이 임명되길 바란다"며 처장 임명 시한을 이달 안으로 쐐기박은 만큼 야당의 지연작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공수처 자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충분한 검증을 명분으로 처장 추천 과정에서 최대한 지연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공수처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 의원들. /남윤호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처장 후보를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의혹 제기 등을 부각해 여당의 '검찰개혁' 주장을 '검찰탄압'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돼 공수처 출범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당초 공수처 추천위 구성과 공수처법 개정안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가 부정 여론을 의식해 개정안 카드는 보류한 상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1명의 후보들 다수는 법조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분들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추천할 수 있다"며 후보군 추천 작업 완료 자체를 긍정 평가했다. 공수처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야당 측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은 선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민주당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장 최종후보 선정 전망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합의가 될지 안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장 자격 관련 민주당이)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여야 추천 후보 모두 낙마할 경우 추천위 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각 추천한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의 경우 됨됨이를 떠나 추 장관의 인사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야권의 반발을 살 전망이다. 조 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2011년~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박지원 현 국정원장을 기소한 바 있다.

또, 이 회장은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한명관 변호사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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