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상임위 보내지는 '청원 제도'…입법화는 어려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낙태죄 전면 폐지·세월호 특별법 개정·교원의 정치참여 등에 대한 국회 청원이 국민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로 회부됐다. 하지만 국회 내 입법화 움직임이 적어 청원 제도가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제도는 일반의 정치 참여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청원이 제기된 뒤 30일 안에 10만 명 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가 관련 내용을 각 상임위로 회부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직접 내놓은 의제들이 입법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가 나왔지만 관심은 '반짝'에 그치는 상황이다.
국회는 기준을 달성한 청원들을 각 상임위로 회부한다. 각 상임위 여야 간사는 입법·예산 소위 일정과 함께 '청원 소위' 일정을 논의하는데, 대부분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청원 소위는 일 년에 한 번도 열리지 않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강제력이 없을 뿐더러 관련 법을 개정하면 그 청원은 필요없게 된다. 청원 소위에서 결론이 난다고 해도 법안 소위에서 재차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간사간 의사일정 합의할 때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인터넷 청원보다 직접 청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청원 소개의원이 있어야만 해서 해당 의원이 법안을 낸다. 굳이 회의를 열고 (청원에 대해)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21대 국회 들어 상임위에 회부된 청원은 총 8건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법사위) △여성가족부 폐지(행안위)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제·개정 반대 및 한의대 정원 이용한 의사 확충 재고(복지위) △모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노조활동 위한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개정(환노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법사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개정(정무위) △4·16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운영위) △낙태죄 전면 폐지·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복지위) 등이 있다.
성사된 청원 중 여야의 이견이 커 사실상 논의가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이달 10만 동의를 얻어 국회 정무위에 회부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개정' 같은 경우 진보·보수 진영 간 의견 대립이 있어 논의가 어렵단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성사된 청원들을 모두 청원 소위를 열어 강제로 논의하게 할 수도 없다. 이해집단·로비 단체들이 개입할 여지가 커질 뿐만 아니라 법안의 중요성·시급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는 국회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 청원 제도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통화에서 "다수 국회 관계자들이 청원 목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국정감사 등에서 논의한다"고 했다. 그는 "청원 제도 덕에 우리가 어떻게든 문제가 있단 걸 알 수 있다. 직접 찾아볼 수도 있고, 어떤 기관에 대해 비리를 제보한 청원인이 청원을 올리면, 10만 명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관련 상임위 소속 보좌진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낙태법 폐지 관련 청원의 경우는 그 필요성을 인지한 다수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5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낙태죄 완전폐지 3법'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낙태죄 폐지 관련 국회 청원 성립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