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불확실성' 해소…정권 재창출 물밑 작업 본격화할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선고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문 적자' 김 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팽팽했던 대권 주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구도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내에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것으고 보고 있다. 1심 이후 특검 주장과 반대되는 닭갈빗집 사장 증언과 영수증 등 김 지사 측에 유리한 증거들이 나와 '무죄' 판결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5일 민주당 한 의원은 "그동안 '드루킹' 사건이 김 지사 정치 행보에서 족쇄로 작용했다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친노' 좌장이자 '친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지사를 가리켜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경수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 이재명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라고도 했다.
정치권은 '정통성' 측면에서 김 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재단에서 함께한 친문 핵심으로서 친노(친노무현)계와 친문(친문재인) 그룹을 폭넓게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지역구도로 볼 때도 김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뒤를 잇는 부산·경남(PK) 출신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PK 출신 후보를 내거나 DJP(고 김대중·김종필) 연합 등으로 승리해왔다.
현재로선 김 지사가 다른 두 주자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중앙정치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긴 것도 없지만, 재판 무죄 판결을 받으면 정치 보폭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야권에서도 김 지사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지사를 겨냥해 "친문 적자 대선후보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라 '답정판(답이 정해진 판결)'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다"고 예측했다.
김 지사가 무죄를 받으면 친문 그룹 세력 분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지사 무죄 판결이 나오면 이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 세력이 나뉘면서 단기적으로는 이 지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판결 직후에는 파급력이 크겠지만, 김 지사가 대권 시험대에 오르면 본선 경쟁력 등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지사가 2심 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양강 구도는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벌금형 이상이 나오면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김 지사 지지층을 누가 잡을지를 두고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누굴 택하느냐에 따라 친문 지지층 표심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권에선 벌써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책 과제 발굴 작업도 착수했다. 50여 명의 여당 의원들이 모여 오는 22일 법인 형태 연구원인 '민주주의 4.0 연구원(가칭)' 창립 세미나를 연다. 겉으로는 '중장기적 국가 과제와 정책 방향 연구'가 목표라고 밝혔지만, '차기 집권 플랜' 준비 과정의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특정 후보를 집단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려는 연구 조직이 아니다"라면서도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든 정책 역량을 키우고 미래 과제를 연구해 (정권 재창출 이후) 당 정책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라며 "인물 중심이 아닌 대선 정책 중심 (모임)"이라고 했다.
이낙연·이재명이라는 대권 주자가 있는 민주당이지만, 김 지사의 항소심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친문 중심의 정권 재창출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