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경수 재판에 쏠린 눈…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 바뀔까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대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새롬·이선화 기자

친문, 김경수로 대동단결 가능성…여권 '빅3' 재편?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오는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항소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여권의 대선 판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발판으로 대권가도 다지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기본 시리즈'로 두각을 나타낸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지사의 드루킹 재판으로 친문 대선주자가 없던 상황에서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친문 의원 50명이 대거 참여한 싱크탱크 '민주주의4.0 연구원(가칭)'이 오는 22일 출범 소식을 알리면서 물밑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경수 지사는 대표적인 친문 대권주자다. 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된 싱크탱크가 출범하면서 대선을 위한 조직화가 시작됐단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 지사. /임세준 기자

◆'정통 친문' 싱크탱크 발족…대선 판짜기?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주의4.0 연구원(가칭)'은 문재인 정부와 그 이후의 중장기 국가 과제 연구, 실현 가능한 정책 개발 등을 목표로 창립 세미나를 개최한다. 연구원은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연구인력 고용 등을 위해 출자금을 모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엔 홍영표·전해철·김종민·황희·김영배·정태호 의원 등 친문 인사가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원 측은 특정 인물과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친문 인사들이 김 지사 혹은 이 대표를 위한 조직화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연구원은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되고, 초대 원장은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코로나19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신평화체제, 경제 및 노동, 부동산 문제 등을 연구하고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격주 세미나, 해외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주의 4.0'이라는 가칭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등장할 민주당 4기 정부의 과제를 고민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선 대통령들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비전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와 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 없이 단독으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여의도서 '경기도 모임'…현역 30명 대거 참석

최근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선호도 상승세를 달리는 이 지사는 이날 직접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 지도부 없이 이 지사 단독으로 경기도 의원만을 대상으로 예산정책협의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날 이 지사는 경기도 중점 정책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을 적극 설명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이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역행하는 그런 역설의 현장에 서 있다"며 "경기 악화로 가계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규모도 커질 것이 명백한데, 이럴 때일수록 국가 기본소득 정책을 통해 가계를 지원하고 지역 화폐로 골목상권을 살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협의회엔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의 경기도 소재 의원 3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중산층용 초장기 임대주택 확대(기본주택), 1인당 1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기본대출 제도 등을 언급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지사에게 감사드린다"며 "추진하는 정책과 예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기도가 아닌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를 주최한 이 지사를 두고 '세 늘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지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 지사는 의정부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인 '분양가 상한제'를 지적하며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분양을 받으면 입주하는 순간 수억 원을 벌게 되는 등 시중 가격으로 오르며 분양 광풍이 일게 된다"며 "분양가 상한제는 처음에는 좋은 의도였으나 지금은 나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대표는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보궐선거를 통해 대권 기반을 닦아나갈 전망이다. 2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전당원 투표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이번 보선에서 공을 세우며 인지도는 물론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지사의 판결 결과에 따라 이 지사와 이 대표의 입지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두 인사가) 당연히 불리해진다"며 "(지지층) 분산 정도가 아니라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 대표도, 이 지사도 위기다. 친문이 대동단결할 수 있다"며 "처음에 이 대표로 몰렸다가 이 지사의 진보적 선명성이 뚜렷해서 친문 표심이 나뉘었었지만, 친문 대권주자가 나오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대표에 대해선 "비난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공천하는 건 실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당 차원의 이익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도 광역단체 선거에서 유세를 다니면 본인 선거 절반 정도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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