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신 훼손 시간 '약 40분' 확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8일 북한에 의해 총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시신 훼손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자료 등 일차적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사건 보고 당시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한 것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규명 관련 정치권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합찬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 의장에게 "지난 9월 24일 국방부 공식 입장에 굉장히 단정적인 표현이 있어서 저는 북한이 부정할 수 없는 빼박(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증거가 있나"라고 물었다.
원 의장은 "자세한 걸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첩보를 정보화했다"고 했다. 하 의원이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건가"라고 추궁하자 원 의장은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사나 재판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물적 증거들을 저희가 확실히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현장을 보지 못했고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하 의원은 "영상도 없나. (국방부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는데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물증 없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시신을) 태운 시간 40분은 확실한가"라는 물음에 원 의장은 "시간은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전체 상황과 연계해서 볼 때 (그렇게) 확인했다"고 했다. 하 의원이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시간 오차가 20분 이상 더 클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지만 원 의장은 "그렇게까지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원 의장은 또 "(시신 훼손을 음성으로 확인했는데 대화 중) 시신이나 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나"라는 하 의원 질의에 "여러 첩보 등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존 입장과 달라졌는지에 대한 야당 의원 질의에는 "처음 발표한 기조에서 벗어난 건 없다"고 답했다.
'해군은 서연평도 남쪽으로만 계속 수색했다'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질타에는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가 알기론 NLL(북방한계선) 하단 200m까지 북서쪽을 포함해 다 탐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여당 의원이 남북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얘기는 꼭 해야겠다"며 말문을 열고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교류'"라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남북 교류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다. 북한이 왕조 국가라고 하지만 거기에도 국민이 있다. 남한 상황을 알게 된다면 자연히 해결되는 때가 온다. 그래서 교류가 최고의 전략이 되는 것이다. 군사적 문제도 교류에 종속된다. 교류는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고 평화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사가 지난해 8월 경의선 철도 남북 공동조사, 대북 타미플루 지원 차량 문제 등 과거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불허한 사례를 언급하며 유엔사 '허가권'을 담은 정전협정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미군 나오라는 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 주한 미군을 위해서라도 고쳐야 한다. 합참이 적극적인 자세로 미군을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원 의장은 "국방부에서 유엔사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합참에서도 지속적으로 의견과 개선사항을 논의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