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文 대통령 UN 연설은 '망한 연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서해 NLL 인근 해상 쪽에서 40대 공무원 이 모 씨가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대응, 월북 시도 단정 발표 등을 놓고 맞붙었다. 여당은 안보를 중시하는 군 당국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옹호했고, 야권은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은 우선 지난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하고 40분 이상 불태워졌다는 것인데 당연히 참석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주무셨는지, 또는 그 시각에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 때문에 참석하고도 안 한 것으로 하는 건지 면밀히 보고 있다. 그 부분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국민들에게 명백히 밝혀야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질 사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킬 만한 준비가 돼 있는 대통령인지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 모 씨 생존 당시 서면 보고를 받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장 큰 것은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살아 있을 때 22일 저녁 6시경) 서면보고를 받고도 구출 지시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UN 연설의 의미는 지금 없다. 이 사건으로 망한 연설이 된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진들은 정무적으로 다 오판을 한 것이고 이 사건의 의미를 굉장히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월북 단정 발표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어제 제가 비공개 보고까지 받았지만 월북으로 몰아가는 건 굉장히 좀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월북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엉성한 월북이고,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기획 월북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국방 당국이 이 모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을 사용한 점 등을 근거로 월북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부유물이 준비된 것인지 바다 위에 떠 있었던 것을 잡은 건지 이걸 모른다. 서해에는 어업을 많이 하니까 여러 가지 떠 있는 것들이 많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걸 살려고 잡았으면 완전히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구명조끼도 세월호 이후에는 착용이 의무화 돼 있어서 가급적 갑판에 나오면 착용을 해야 되는 분위기"라며 "이분이 월북하기 위해서 구명조끼를 찼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모 씨 친형도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월북을 할 수 있는 어떤 이유나 계획성 자체가 하나도 없다"며 "월북이라는 용어를 짜맞추기 위한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보통 NLL 남측에서 동생이 최소한 20시간에서 30시간 정도 표류를 했다고 보는데 그 기간 동안에 군의 관측, 경계태세에서 감지를 못했거나 놓쳤거나 전혀 몰랐던 사실을 숨기거나 감추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고 했다.
수천만 원 빚이 있어 우발적 월북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기업도 빚지고 사는데 일반 서민들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빚 있으면 월북한다는 이런 용어의 정의도 용납이 안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여당은 감시 체계 부족 등 군 당국의 사정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장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확실한 사실로 이렇게 확증하기까지는 굉장히 어렵고, 미군하고 협력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며 또 "현재로서는 (남북) 군 당국 간 통신 수단이 단절이 돼 있다"고 했다.
청와대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우리 군이 관리하고 있는 첩보나 보안 문제는 군의 생명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다.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즉각 즉각 발표하는 것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아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정확한 정보 판단이 됐을 때 발표하려고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YTN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고려해 군 당국이 발표 시기를 늦췄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은 코로나 때문에 녹화 중계했다. 녹화를 했고, 15일 날 녹화돼서 18일 유엔으로 보냈다. 연설을 전면 취소하지 않는 한 수정은 못 한다"고 했다.
이어 9·19 군사합의조치 재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는데 북측이 일방적으로 핫라인을 꺼놓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치도 안 된다"며 "9·19 군사합의조치가 다시 재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남북평화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하는 게 이번 사건에서 주는 일종의 교훈이다. 핫라인이 통했으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