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통령 사죄해야"…'UN연설 전 보고' 논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태'에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야당은 이를 '제2의 박왕자(2008년)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은폐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도 유감을 표하는 한편 당혹감 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국방부는 우리 측 공무원의 피살 소식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적극 비판 목소리를 내놨다. 배준영 대변인은 "지난 21일 실종된 공무원이 피살됐다는 사실이 23일 대통령의 유엔연설 이후에 알려졌다는 점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제안 이벤트에 국민의 생명을 뒷전으로 밀어 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청와대에 보고돼 대통령이 인지한 시점이 언제이며 자국민 총격사건을 보고받은 후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무엇인지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규탄사에서 "북한의 무모하고 야만적인 민간인 학살 후 시신을 불태운 행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규탄하며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하여 비통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북한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함께 정확한 경위를 밝혀내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이 민간인 살해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언제였는지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북한의 손에 잔인하게 죽어간 만행에 대해 청와대가 인지하고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UN연설에서 발표하기 위해 민간인 총격사건 공개를 늦춘 것이라면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한 것이며 이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도 이날 오후 국방부 보고를 받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날 보고 후 브리핑에서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의도적인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운 북한군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우리 당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정치권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한 강한 유감을 드러낸 가운데 문 대통령의 UN 연설과 9·19 합의 위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늦게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 장관은 이날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무장한 국민에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북한에 대해서 규탄한다"며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이러한 참상을 겪게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전반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이 거세게 비판했던 '발표 지연'에 대해 서 장관은 "조각조각 첩보를 모아서 정보화시켜 나가는 과정 중에 책임있는 내용을 가지고 보고를 드리고 국민들께 알려야 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 단속정은 지난 22일 오후 9시40분께 상부 지시에 따라 해상에서 표류 중인 공무원에 대해 총격을 가한 뒤 오후 10시11분께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끼얹고 불태웠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북측에 전통문을 발송하고 실종 사건 관련 사실관계 통보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의 답은 없는 상황이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