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北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돼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2일 북한 정보통을 인용해 "리정철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를 데리고 중국으로 가서 활동을 재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중 대립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루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로 인해 독살당한 바 있다. 당시 살해 용의자인 리정철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국적 각각 여성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은 암살 사건에 관여한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3주여 만에 석방됐고, 다른 두 여성도 증거 불충분으로 2년여 뒤 풀려났다.
마이니치는 리정철의 말레이시아 생활에 대해 보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리정철은말레이시아에서 부인, 딸, 아들과 함께 머물렀다. 딸은 말레이시아의 대학에 다니기도 했는데, 이 매체는 "해외 파견 시 도주를 막기 위해 가족을 북한에 남기는 당국의 관행에 비춰보면 매우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리정철은 말레이사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아파트에 살았으며 김정남 살해 사건 발생 후 이뤄진 압수수색 당시 현금 3만8000달러(약 4400만원)가 아파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PC, 태블릿 단말기,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고 리정철이 북한에 돌아갈 때 반환했으나 이후에도 복사해 둔 자료 분석이 이어졌다고 다른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료 분석 결과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산 팜유 등 사업에 관심을 가졌고, 일본제 트레일러, 크레인 차량, 굴착기 등의 사진이나 문서가 다수 확인됐다. 이 장비는 제3국을 거쳐 이미 북한으로 이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리정철이 북한의 자금 조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리정철과 딸 리유경, 말레이시아인 간치림을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