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제2의 조국 사태'란 기시감이 불편한 이유

최근 벌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의혹 논란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과 설전은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조국 사태를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배정한 기자

국정감사도 '추미애 이슈'?…"부담이 된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이번에도 법사위나 국토위 등 정쟁이 있는 상임위는 대부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질의가 나올 거야. 관련이 없는 상임위에서도 해당 이슈와 엮고자 애를 써. 그렇게 해야 주목을 받기 때문이지."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9월 정기국회를 맞아 실시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정부질문 일정이 17일로 모두 끝났다. 국회는 10월 7일부터 시작되는 국회의 '꽃'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것일까. 초선 의원이 반을 넘는 21대 첫 국정감사는 조금 다를까 하는 기대도 잠시, 다소 친분이 있는 보좌진의 말은 어딘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바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지난해 8월 정치권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야 정치권은 연일 공방을 벌였다. 조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자녀를 둘러싼 의혹은 매일 쏟아졌고, 야당은 관련 주장을 적극 펼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야 의원들은 각당 회의에서,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회에서 고성과 설전을 반복했다.

그때와 다른 내용, 비슷한 장면이 21대 국회 개원 후 대정부질문에서도 펼쳐졌다. 추 장관의 '아들 군 특혜 의혹', '장녀 관련 의혹' 등 4일 간 이어지는 공세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벌써 며칠 째냐"는 비판을 내놨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도 완곡한 표현으로 "우리 국민들께서 오늘까지 대정부질의를 어떻게 보셨을까 되돌아보는 시간을 잠깐 가지셨으면 좋겠다"며 정쟁을 잠시 멈출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쟁과 공방이 이어질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추 장관. /남윤호 기자

국정감사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그 보좌진은 "(이런 상황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만약 (추 장관 의혹 관련) 상임위에 있었다면 걱정은 될 것 같다"며 "내가 하고 싶은 정책질의가 있어도 이걸 한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슈는 추 장관 의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걸 따라가야 한다"며 "그걸 따라가다 보면 모든 의원실이 같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한다. 그리고 나머지 국감 꼭지는 묻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여야가 정쟁이 있어서 (관련 의혹 질의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국감은 정부 기관을 감사하는 거잖나. 그런데 이런 이슈가 터져버리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다른 당직자와 나눈 이야기도 비슷했다. 그는 지난해 조국사태에 대해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때 홍수처럼 쏟아낸 의혹들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제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저 '조국'은 나쁜 사람으로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추 장관도 똑같다. 지금 나오는 의혹들의 사실관계 역시 중요하지 않다"며 "그 느낌과 그 연상이면 충분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창피하고 화난다. 주변 지인 중 직장을 잃은 사람이 많다. 자영업 하고 계신 지인들은 진짜 힘들다"며 "정치가 결국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만든 장치 아닌가. 분노를 양성하고 정쟁에 한눈 파는 게 정치가 해야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여야 모두 가릴 것 없이 각당 회의 모두발언엔 '위기'라는 표현이 담긴다. 경제도, 사회도 위기라고 말하는 정치권이 우리가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이번 정기국회에선 확인해주진 않았으면 한다. 정말 나라가 어렵다. 국민은 힘들다. 정치권이 제 할 일을 찾기 바란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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