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추미애 장관 의혹 수사, 신뢰 제고 묘안부터 찾아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서울 동부지검의 빠른 조사만 채근할 일은 아니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27)의 2017년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 간의 공방이 접입가경이다.

14일 시작된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 감싸기와 편들기', '국민의 힘은 추 장관 흠집내기와 사퇴 요구'다. 추 장관의 답변도 변함이 없다. "전화를 하지 않았다". "편법을 동원했겠느냐" "상식적이지 않은 의혹 제기"등 이라며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 힘은 정치적 공세를 지속할 뜻을 비치고 있다. 국민의 힘은 서씨 관련 의혹이 추 장관의 민주당 대표 시절 생겨난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휴가 특혜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라는 주장이다.

추 장관이 출석하지 않은 15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문은 물론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18일에는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의혹은 끝었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들을 보면 추 장관 총력 방어에 나선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침묵을 지키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14일 "추 장관 입장과 당 소속 의원들 노력으로 사실관계가 많이 분명해졌다"며 "정치공세는 단호하게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의혹은 늘어나고 있는데 9월 정기국회 개혁입법 처리와 주요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밀리면 안 된다’는 대응으로 여겨진다. 만에 하나 추 장관을 교체하게 되면 검찰개혁이 물 건너가고 문재인 정부가 급속히 레임덕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그동안 민심 이반의 조짐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듯 하다. 그래도 내심 불안해 보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상으로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이 8월 마지막 주부터 내림세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9월 2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5%포인트 떨어진 45.6%로 집계됐다. 8월 4주차(49%)부터 2주 연속 지지율이 떨어졌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1.9%포인트 오른 50%를 기록했다.

176석의 거대 집권 여당이 사실 여부를 떠나 고위공직자의 특혜 의혹 제기에 진영 이슈로 맞서 정쟁화에 나섰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서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이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근무 기피 목적 위계 혐의의 공동정범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8개월 만이다.

추 장관은 서씨가 검찰조사를 받은 그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건 당연하다. 그런다 해도 이미 늑장 수사가 되어버렸다. 법무부 일각에서는 "지난달 검사장 인사와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진이 교체되기 전에 검찰이 수사를 서둘러 결론을 내려주고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를 지연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국민적 시각이 왜곡돼 의혹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은 추석 전에 수사를 마무리를 지을 방침으로 전해진다. 설령 조사 결과 추 장관 주장이 실체적 진실로 결론이 나도 찝찝함은 여전하다. 야당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추 장관의 공적 권력에 대한 다소 안일한 인식과 검찰의 늑장 수사 등 때문일 것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의당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특임검사, 특별검사 애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용(中庸) 14장에서 공자(孔子)는 "활쏘기는 군자의 태도와 비슷함이 있으니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사유사호군자 실저정곡 반구저기신/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고 했다.

어떤 일이 꼬이거나 틀어졌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 나간다는 의미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과녁에 맞추기 위해 흔들림 없는 바른 자세와 정교한 활 시위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람이나 주변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법과 정의를 다루는 고위 공직자라면 더욱 이를 엄중하게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실체적 진실 규명만 믿고 서울 동부지검의 빠른 조사만 닥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국방부의 발표도 완전히 믿지 않는 상황이다. 동부지검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 국민이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도 진실이 아니게 되는 걸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우선 신뢰도 담보를 위한 묘안부터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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