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외'다] '국회 디지털 혁신가' 변신 김병관, 언택트 시스템 '주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국회의장 디지털 혁신자문관으로 변신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생활양식이 요구되면서 IT전문가인 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4·15 총선이 끝나고 어느덧 4개월여가 흘렀다. 당선자는 국회로 입성했지만, 낙선한 이들은 국회의원 생활을 정리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20대 국회를 지낸 '전 의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한번 정치인은 영원한 정치인'인 걸까. 다른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은 없을까. <더팩트>는 원외에서 새롭게 활동하는 '전 의원'들을 만나는 [나는 '원외'다] 코너를 통해 일반인으로 돌아간 그들을 근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공익 필요한 일이면 하겠다" 정치 행보 지속 시사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국회에 출입하는 이들이 5000명이 넘는다. 걱정이다."

청년 벤처 신화를 쓰고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첫발을 들인 김병관(47)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했지만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비록 의원 신분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에 '국회 디지털 혁신가'로 탈바꿈한 뒤 다른 각도에서 국민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김 전 의원 이름 뒤에는 'IT 업계 출신 정치인' '수천억 원 자산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재선에 실패한 후 짧은 휴식기를 보냈던 그는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웹젠으로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가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5일 국회의장 디지털 혁신 자문관에 위촉됐다.

<더팩트>는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국회 소통관 4층에 마련된 약 20평 크기의 사무실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출근해 자문관 업무를 본다. 하지만 최근 국회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속 발생하면서 대면 회의조차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코로나19 시대 국회의 디지털 혁신 방향과 그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물었다. 김 전 의원은 국회가 직면한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5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파란색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의 디지털 혁신 자문관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국회 디지털화 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김 전 의원의 의지가 있었다. /이새롬 기자

◆"국회가 모범적으로 디지털 기술 수요처가 돼야"

IT(정보통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박병석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 김 전 의원은 디지털 혁신 자문관으로 위촉된 배경에 대해 "박 의장님이 후배들을 잘 챙기기도 하는데, 또 IT에 관심이 있으시다. 이전 의장님들도 디지털 혁신을 안 했던 건 아닌데 박 의장님이 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직접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직접 요청 외에 국회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김 전 의원의 의지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의정활동 아쉬움으로 "국회 시스템이 워낙 속도가 느리다 보니 하고 싶은 걸 제대로 못 했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국회 시스템은 예전에 머물러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문관을 수락하면서도 이 부분이 제일 고민되는 점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 벤처조직 '디지털 국회 추진단'과 협업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입법지원시스템 개발계획인 '디지털대혁신 마스터플랜' 수립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국회 디지털혁신 청사진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대국민 서비스와 대내 서비스 두 가지 측면에서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떤 국회의원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사실 알 수 없다. 오히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게 더 빠르다"며 "1차 정보 제공은 국회가 해줘야 한다. 해외의 경우는 의원이 지역구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정보를 제공한다. 또, 의원들이 국회에서 세미나나 토론도 정말 많이 개최하는데 관련 내용이 국회 홈페이지에는 거의 안 나온다. 의원들이 어떤 법안을 냈고, 어떻게 표결했는지 등 의정활동 정보가 자세하고 편하게 제공돼야 한다"며 대국민 서비스의 방향을 소개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의원이나 보좌진의 의정활동을 편하게 지원해주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의원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했었고, 특정 이슈에 대해 일반 국민 여론이 어떤지 트렌드 분석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국회의원 재직 시절 어떤 특정 주제가 당시에 어떻게 논의됐는지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또, 본회의장에 자동 출석 인식 시스템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본회의가 개의하려면 몇 명이 출석했는지 알아야 하는데 현재는 이걸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세고 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웃음).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들어갈 때나 의자에 앉을 때 인식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의 디지털 혁신은 의원의 의정활동 질을 높이고 민간 기업의 디지털 기술 수요처가 된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보좌관, 충분히 가능하다!

국회 디지털 혁신은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사실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에 어떤 법안이 표결될지 본인이 속한 상임위 법안을 제외하고 거의 모르고 회의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는 여야 간 의사일정이 합의되면 본회의에 상정할 법안과 내용이 의원실에 공지되고 의원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대부분 전날 또는 당일 합의되다 보니 빨라야 전날 저녁쯤에야 의원들이 법안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최선책으로 국회 사무처가 제공하는 5~6줄 정도의 법안 요약문을 읽고 투표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법안 하나하나가 국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라며 "그래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이 원하면 그 자리에서 해당 법안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왔는지 바로바로 확인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국회가 모범적으로 디지털 기술 수요처가 돼야 민간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인공지능은 원천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굉장히 앞서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당장 따라잡기 쉽진 않겠지만, 역량은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나 국회가 민간 기술의 적극적인 수요처가 돼야 한다. 정부에서 기술을 써줘야 그게 사례가 되고 좀 더 발전시킬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그런 얘기를 자주 하는데 정작 국회에선 하고 있지 않다. 국회도 그런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법안 찬반 등 복잡한 상황을 AI가 정확히 파악하기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김 전 의원은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이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진 않다. 글을 읽고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언어 처리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갈 길이 멀다. 다만 어떤 이슈에 대해 찬반 여론이 어느 쪽에 많은지 등은 지금처럼 여론조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전문가인 김 전 의원이 지난 4년간 바라본 국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거부감이 컸다.

그는 "예를 들어 출입증 같은 경우도 민간 기업은 꼭 착용하고 다니고 출입증에 신용카드와 구내식당 이용 기능이 다 있는데 국회는 여전히 식권으로 쓰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게 귀찮은 면도 있었을 거다. 과거에 많이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 지문 인식기를 설치했는데 이 역시 민간기업에선 10년 전에 도입한 것이다. 제 생각에는 더 나아가 국회 출입하는 이들의 얼굴을 등록한 뒤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AI 보좌관 탄생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AI 보좌관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김 전 의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저는 AI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인간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운영될 거라고 생각된다. AI 보좌관도 마찬가지로 의원을 직접 보좌할 수도 있고 국회 보좌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보좌진 9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실질적으로 많지는 않은데 이런 부분에서 AI가 단순 반복 작업을 덜어줄 수도 있고 복잡한 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승래 의원 표현대로 AI 인턴부터 시작해 연차가 쌓이면 보좌관으로 승급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라며 웃었다. 김 전 의원은 "AI 보좌관이 탄생한다면 현재 의원실 인턴들이 주로 하는 뉴스 및 이슈 요약정리와 보도자료 작성을 도와 사람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전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회가 온라인 화상 회의 등 준비에 다소 늦었다고 지적했다.

◆"국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해야…정치적으론 좀 더 공익적 활동할 것"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고 국회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언택트 비대면 회의가 화두다.

국회 사무처는 웹 카메라, 헤드셋 등을 각 의원실에 지급해 당별 의원총회, 회의 등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 화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표결 시스템은 아직이다.

김 전 의원은 비대면 회의는 이제 필수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저는 국회 첫 확진자 나오기 전부터 모든 회의와 투표를 비대면으로 하는 걸 전제로 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한국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대응을 잘해서 국회가 폐쇄된 게 최근 일이다. 유럽이나 미국, 중남미 지역은 이미 지난 3, 4월부터 사실상 국회가 폐쇄돼 온라인 화상 회의 준비를 자연스럽게 했다. 멕시코의 경우는 의원들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휴대폰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응이 잘 돼 이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 같다"며 그동안의 안이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더 전염성이 큰 질병도 올 수 있다. 앞으로 세종 분원 계획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의원들도 여의도와 세종에 나뉘어 회의할 수 있다. 현재는 각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이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데 이 역시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국회에서 화상회의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본청 지하 상황실, 의원회관 2층 말고 의원들이 각자 알아서 하고 있다. 외국과 화상회의 할 때도 있을 텐데 보안도 중요하니 그런 측면을 생각해서라도 시스템을 구축해 대비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들끼리 농담으로 코로나19에 제일 위험한 사람들은 의원들이라고 했었다. 전국 각지를 대표하는 300명이 모이는 거라 한 명이 슈퍼 전파자면 전국으로 다 퍼지는 거다. 의원을 포함해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조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간보다 더 많이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2대 총선 가능성에 대해 많이 이르다면서도 정치 행보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사회 전방위적으로 비대면 기술 요구가 커지면서 디지털 전문가인 김 전 의원의 국회 내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 전 의원은 오는 22대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많이 이르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공익을 위해 제가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 취직하고 창업 활동을 했다.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공적인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어쨌든 사적 영역이고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후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자 국회에 들어왔다. 21대 국회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아직은 좀 더 공익적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관을 맡은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공적으로 할 일이 생기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서울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5부시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사실상 서울시 경제부시장직이다. 이에 정치인으로서 제2의 길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故 박원순 전 시장의 공백으로 현재는 실질적으로 관련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내년 4월 보궐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 다른 걸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4·15 총선 당시 김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해 "우리 당과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높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도 힘든 시기"라며 "소위 '난세에 영웅 난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좋을 때 리더가 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 대표를 포함해 의원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원은 게임업계 출신 1호 정치인이다. 20대 국회 의정 활동 당시 게임물등급분류 관련 개정과 게임 제공업의 영업정지 처분 마련 등을 공동 발의하는 등 게임업계를 살뜰히 챙겨와 업계도 그의 낙선을 아쉬워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자신과 같이 IT 게임업계 출신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 대해선 "IT업계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이끌어갈 산업이니 IT를 잘 이해하는 분들이 국회에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잘 해주셨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김병관 전 의원은 누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학사)와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경영학과(석사)를 졸업한 뒤 게임회사 넥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했고 2003년 솔루션홀딩스가 NHN에 흡수되면서 NHN에 합류했다. 이어 2010년 NHN게임스와 웹젠이 합병하면서 합병법인인 웹젠의 대표이사(현 이사회 의장)가 됐다. 이어 20대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직접 영입해 정계에 입문했다. 21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 경기 성남시 분당갑에 재도전했으나 김은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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