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친서 공개 이례적…북미 관계 도움 되지 않을 것"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공개되자 외신들은 일제히 '연애편지(Love Letter)'라고 평가했다. 독재자로 불리는 김 위원장과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케미(케미스트리의 줄임말)에 대해 관심있게 보도한 것이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를 기간으로 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등도 포함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저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총 18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면서 "왜냐하면 그가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해당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우드워드는 저서 발간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확보했고, 그중 25통은 공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CNN 방송은 이 중 2통의 사본을 입수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는데 이 전문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소중한 기억'이라고 표현했고, '깊고 특별한 우리의 우정은 마법처럼 작동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의 '특별한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협상이 결렬된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김 위원장은 이후 보낸 편지에 '영광의 순간(moment of glory)'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친서 내용뿐 아니라 인터뷰 내용도 입수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에 "2018년 1차 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영리함 그 이상'이라는 점을 발견해 놀랐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살해한 것에 대해 생생한 설명을 포함해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얘기한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우드워드에게 북한과 계속해서 핵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처럼 여긴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북한)은 이것(핵무기)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CIA와 같은 정보기관은 김정은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른다고도 꼬집었다고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들을 대하는 데 있어 특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태도를 지적하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이란 보도도 나오기도 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이 내용들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북미 간 협상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의 정치 문화가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현직 대통령이 정상 간 친서를 공개해도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면서 "향후 북미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서 이 같은 공개는 북미 양 정상간 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김정은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면서 "보통 정상 간 친서는 비밀로 간주돼 30년이 지나야 공개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라는 곳이 최고지도자의 존엄이 신성시되는 곳인데, 이를 통해 최고지도자가 미국 제국주의자 앞에 납작 엎드려있는 것처럼 그려졌다"면서 "북한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는 이달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간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3통의 친서가 밝혀진다면 북미관계에 있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