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통신비 2만 원 지원, 효과 없다"…지지층도 "오락가락 이해 못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반영되는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 방안이 당 안팎 양쪽에서 쓴소리를 듣고 있다.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매출 증가 효과가 없다"면서 찔렀고, 지지자들도 '선별' 기조에서 '보편 지급'으로 입장을 바꾼 점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수 야당에선 '이낙연 포퓰리즘'이라며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지적하고 나섰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을 담은 2차 재난지원금과 이를 위한 7조 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이 확정됐다.
당초 당정은 경제활동 인구인 35~49세를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통신비를 지급할 방침이었지만, 전날(9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 대표가 요청해 전 국민 지급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액수가 크진 않더라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해드리는 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2차 재난지원금은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선별 지원'을 강조해왔다. '통신비 보편 지급' 방안은 이 같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비 지원 대상과 금액에 대한 정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야당은 '이낙연 포퓰리즘'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우려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석 이전 4차 추경 처리에 공감하면서도 '통신비 2만 원 지급'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이 앞으로 재정운영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이제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자라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신비 지원에) 9200억 원이 소요 예정이라고 하는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접종률) 50%에서 2100억 원, 80%면 3400억 원이면 된다"며 "이것이라도 무료 접종하는 것이 통신비 2만 원 지급보다 훨씬 필요하고 긴급한 것"이라고 했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불과 이틀 만에 전 국민 배급으로 입장을 바꿨다"며 "통신비는 피해보상이 아닌 선심"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에서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간 통신비 2만 원 지원 계획은 황당하기조차 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신비 지원 예산은 원래 정부 방침대로 더 두텁게 지원을 받아야 할 업종과 계층에게 쓰시라"고 촉구했다.
대권 경쟁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대표의 '통신비 2만 원 보편 지급'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이) 통신사로 들어가 영세자영업자나 동네 골목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향후 3차,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서 자신이 선점한 '보편 복지'가 논쟁에서 우위에 놓일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지사는 "1차는 보편 지원을 택해봤고 2차는 현금 선별 지원을 해봤으니 세 번째 네 번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게 더 낫구나 하는 경험을 했을 테니 정책 결정할 때는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진행될 대선 정국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가 '보편' 대 '선별' 지원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당정의 '통신비 지급' 정책에 반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지지자는 "통신비 2만 원 지원? 주고도 욕먹는다"라며 "체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재난지원금 선별지원부터 계속 헛발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이번 통신비 지급은 미미한 혜택으로 보급형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보여지는 졸렬한 정책으로 보인다"며 "어쩔 수 없는 재난지원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만 이 힘든 시국에 명분도 혜택도 미미한 국고 지출은 국민의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정책 철회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