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정책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지병을 이유로 임기 중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북일정상회담'을 언급해 일본 신임 내각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도 언제든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대화'를 갈구해 왔지만,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로 꼽혀오기도 했다. 특히, 북미 대화국면에선 '훼방꾼'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차기 총리가 과연 '대북 압박' 강경기조를 유지할지,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화 국면'에 참여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초기 2017년 아베 총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을 개발했던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방침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남북·북미 대화 국면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회담 당시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아베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큰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에 대해 언급했는데, '납북자 문제'와 '탄도미사일 능력' 등과 같은 부정적인 내용뿐이었다. 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현재 냉엄한 안보환경을 고려하여 미사일과 관련된 안보 정책의 새로운 방침을 협의했다. 앞으로 조속히 여당과 조율에 들어가 그 구체화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북미대화 기류가 흐르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일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배경 뒤엔 '납북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 측의 별다른 호응은 나오지 않았다.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일 자민당 총재 출마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일본 자체적인 대북정책은 제한될 거라고 내다봤다. '북일정상회담' 제안은 형식적인 입장일 뿐 근본적인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미국의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종문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스가 관방장관의 이번 발언은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닌 공약을 내비친 정도"라며 "실제로 추진하더라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문제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일본정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발표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을 가동한다면 이에 대한 추가적인 반응은 나올 수 있지만, 독자적인 움직임은 나올리 없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도 통화에서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아직 아베 총리의 발언을 반복하는 것뿐"이라며 "북한에서도 이에 대해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베 정권 말기에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기본적으로 북일수교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 없이 만난다고 아베 총리가 기본적인 방침을 밝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