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낙연 vs 김종인, 치열한 '중도' 싸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각자 우클릭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오른쪽)을 예방한 이 대표. /배정한 기자

"여야 좌우클릭, 격렬해진 진영논리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거대 여당 수장 자리를 꿰차고 대권 레이스 초입에 들어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 '국민의힘'과 본격적인 중원 싸움에 뛰어들었다.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좌클릭'에 먼저 나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바짝 뒤쫓는 양상이다. 여야가 대권 판짜기에 벌써 돌입했다는 평가다.

여야 '중도 끌어안기 싸움'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김 위원장이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첫 비대위에서 김 위원장은 "진취적 정당이 되겠다. 진보보다 더 국민 마음을 사고, 진보보다 더 앞서가겠다"며 좌클릭을 예고했다. 이후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 지도부가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꿇었고, 새로 만든 정강‧정책에 진보 진영의 대표적 아젠다인 기본소득 도입과 경제민주화를 추가했다. 중도층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강경 장외투쟁 방식을 버리고 협치와 대안정당이라는 투트랙 국회운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장외 집회를 주도한 극우 세력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맞서 이 대표도 중도층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전임 이해찬 대표 체제 때와 달리 야당에 먼저 협치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의힘에 3대 '정책 협치'(4·15 총선 공통 공약 입법, 정강·정책 공통 내용 입법, 4개 국회 특별위원회 조속한 가동)를 제안했다.

이는 8·29 전당대회 기간 보여준 '거친 입'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후보 시절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 문제의식을 말할 수 있다"고 했고,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 묘 이장 추진을 담은 국립묘지법 개정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항명 논란에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윤 총장이나 최 원장은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연일 강경 발언을 내뱉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뿐만 아니라 진보 색깔이 짙은 정책에 대해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7일 당 대표 출마 선언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었다. 그러나 당 대표 취임 후 지난 2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는 "교계 일부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감안해 가면서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열성 민주당 지지층이 중심인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당대표 후보 때는 "열린민주당과 빨리 통합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했지만 취임 후 연 첫 기자간담회에선 "즉흥적으로 제 의견만 말씀드리는 게 온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미뤘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가 여러 차례 강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촉구 발언도 이 대표는 공개회의에서 아직 발언한 적이 없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 재임 동안 이룰 과제'에 대한 물음에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산업 육성 지원과 규제 완화 등 경제입법, 전국민고용보험 확대 관련법, 행정수도이전 관련 법은 거론했지만 공수처 출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또 당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통해 의료계가 반발하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의료 개혁' 과제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대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도 '맞춤형'으로 선별 지급 방식을 굳혔다.

여야 지도부는 차기 대선을 위한 중원 확보 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게시글 갈무리

정치권은 여야 두 수장의 이 같은 행보가 중도층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차기 대선 레이스 포석을 놓고 있다고 본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여론조사 전문)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로선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때는 당원 위주로 호소하면 됐지만, 이제 대선을 향해 가야 하니 중도 클릭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도 지난 총선 결과가 워낙 안 좋으니 예전부터 (진보 아젠다인) 기본소득을 주장했던 김 위원장을 모셔왔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대선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치권에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해왔는데, 이렇게 양쪽 정당이 중도를 잡기 위해 온건한 행보를 가져가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산토끼인 '중도층'과 핵심 지지층인 '집토끼' 사이에서 고도의 줄타기도 요구된다. 이 대표의 우클릭에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게시판 등 온라인상에는 민주당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김 위원장이 진보 쪽으로 확대하려 하자 (이 대표가) 급 보수쪽으로 우클릭? 민주당의 우클릭을 걱정해야 하다니!" "차기 대선에 마음이 가 있는 이낙연이 중도 포섭 욕심부리다가 이낙연 자신은 물론 민주당까지 망할 것. 이래서 대권 노리는 후보감들은 당 대표 하면 안 된다 싶었다" "당 보수화는 절대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진짜 열 받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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