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똘똘한 한 채→사퇴 등 논란의 연속…상처뿐인 영광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진 가운데 유일한 다주택자였던 여현호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났다. 이로써 청와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주택 문제를 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여 비서관 후임에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을 내정하는 등 6명의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로 청와대 고위직 가운데 다주택자는 단 한 명도 없게 됐다.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16일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고위 참모는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였다.
이 권고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의 도화선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해당 시한을 6개월이라고 설명했지만, 권고 이행 실적은 저조했다. 청와대는 제시한 시한이 끝난 7월 초 "6개월 안에 팔았으면 좋겠다는 권고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는 6개월이 지나서 팔 수도 있다"며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부동산 안정 대책 이후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치솟는 문제와 겹치며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노 실장이 7월 2일 종전과 같이 재권고했으나, 한 달의 시한 동안 8명의 다주택자가 남았을 만큼 권고 이행은 부진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노력함에도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당시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오랜 기간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주택 처분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는 등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청와대는 다시 시한을 8월로 연장하며 8명 다주택 보유 참모들에게 매매계약서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달 다주택자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과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집단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났다. 정치권에서는 '직보다 집'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이후 유일했던 다주택자 여현호 전 비서관도 시한 마지막 날 직에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제로'를 달성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왜 제대로 지키지 못할 대국민 다짐을 뒀냐는 조롱과 비아냥을 받았으며, 결정적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자초하며 여론의 뭇매도 맞았기 때문이다.
권고당사자인 노 실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고 반포 아파트는 유지하면서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일으켰고, 강남권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김조원 전 수석은 이 중 한 채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로 내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제대로 된 집값 안정책 등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보여주기식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사실 100% 이행되지 않고 다주택자가 청와대를 떠난 결과라는 측면에서 부동산 투기에 강력한 의지를 가졌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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