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시민단체-과거 동명 정당 존재 등 '도용' 논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새 당명으로 '국민의힘'을 사용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새로운 이름은 의원총회 의견 수렴을 거쳐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공개 직후 당 안팎에서 소유권과 약칭 사용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먼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이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할 모양이다. 이는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며 "국민의힘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국민의힘은 명백한 이름 훔치기"
이어 정 의원은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힘은 나와 많은 회원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으로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라며 "'언론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는 취지로 언론개혁 운동에 앞장섰던 단체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이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 당신들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라며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들이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나, 조롱당하기 전에 국민의힘 당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03년 시민단체 국민의힘도 있었고, 2012년 (국민의힘) 창당도 있었는데 참 거시기하다"라며 "베끼기?, 부결될 듯"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의 이름 변경은 내부 절차를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변경 신청을 하면 선관위가 유사 당명 여부를 검토해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선관위가 고려하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당 "정청래 발언 귀담아들을 말 아냐"
이와 관련 김수민 통합당 홍보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은) 평소에 자유로운 사고를 하시는 분이라 그렇게 귀담아들을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은 2012년에 한 번 사용된 적이 있고, 정치권에서 여러 번 사용된 언어"라고 일축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유사 정당 여부를 결정하는 건 현재 등록된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와 정당 중 유사 명칭이 있는지 보는 것"이라며 "과거 같은 이름을 가진 정당이 있었다고 해도 현재 해산된 상태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아직 신고서만 받은 상태여서 유사 정당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44개 정당, 8개 창준위 중 '국민'이 들어간 것은 '국민의당'(대표 안철수), '국민새정당'(대표 신재훈), '국민참여신당'(대표 박정원) 세 개다. 사실상 가장 유사한 이름은 국민의당인데, 당사자 측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선관위 "현재 등록된 정당과 겹치는지가 중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다르지 않겠나"라며 "선관위에서 유사 당명 여부 판단이 있을 텐데 언뜻 그렇게 듣기로는 유사 당명으로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고, 누가 쓰던 거였다. 약칭은 어떻게 쓰느냐. 국민의힘이라고 부르냐 국민의힘당이라고 부르느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당 측에 따르면 대부분 새 당명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칭은 네 단어로 된 비교적 짧은 당명인 만큼 별도 약칭을 쓰지 않고 국민의힘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편 통합당은 전국위 의결(9월 2일 예정)이라는 당명 변경 최종 절차를 밟지 않은 가운데 이날 오전 선관위에 당명 변경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당명이 공개되는 순간 누가 그 당명을 먼저 등록하면 쓸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어서 내부적으로 먼저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순조롭게 당명 변경 절차가 진행되면 새로운 당 색과 상징도 추가로 준비해 9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 사이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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