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장악력 높여 '대권'까지
[더팩트|문혜현 기자] '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정치권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신임 당 대표로 이낙연 의원을 선택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 대표는 민주당 내 지지를 바탕으로 당내 장악력을 높여감과 동시에 코로나19 극복과 대야(野) 관계 개선 등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전국 대의원대회를 열고 신임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60.77%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31일까지 자가격리에 돌입하면서 이날 행사에 모두 화상으로 출연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의 결정에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명령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락한다"고 했다.
자가격리 12일째인 이 대표는 "몸의 건강은 좋으나 마음은 무겁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런 시기에 부족한 제가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짐을 졌다"며 "국민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며, 이 고통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일성했다.
이 대표는 "이 국가적 위기에 여러분께서 저에게 주신 임무는 분명하다. 그것을 저는 '5대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여러분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넣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임 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코로나19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앞서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코로나19 극복 최일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당 대표 수락연설도 코로나19 극복이 핵심이다.
먼저 이 대표는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며 "민주당이 이 전쟁에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다. 국난극복위원회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의 전폭적인 동참을 얻어 이 국난을 더 빨리, 더 잘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 불공정행위, 집단이기주의, 가짜뉴스 등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다.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겠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방책으로 "민주당의 K-뉴딜위원회를 원내대표가 맡아 국회와 연동하며 한국판 뉴딜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한국판 뉴딜의 필수적 개념으로 균형발전 뉴딜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의 사업선정과 예산배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했다.
이밖에 이 대표는 청년과 여성의 당 의사결정 참여 등을 언급하며 "할 일은 하는 유능, 문제에 한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 어느 경우에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직을 향한 결의에 대해 윈스턴 처칠의 말인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마디로 대답하겠다. 그것은 승리"라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넘기느냐도 이 대표의 향후 대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코로나19 극복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 대표 역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제는 또 있다. 야당과의 관계다. 이 대표느 수락연설에서 야당과의 협치 의사를 밝혔다. 그는 "통합의 정치에 나서겠다.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통합의 정치는 필요하고도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과 결별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 이 대표의 '통합 정치' 이해찬 전 대표와는 결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도 통합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 그렇게 여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대화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늘어날 것"이라며 "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다. 우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등 4개 특위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민주당을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주목된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오면서 '독선' '독주' 등의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가 야당과의 협치와 겸손한 정당을 표방한 만큼 야당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론인 출신인 이 대표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의 4선 의원을 지내다 2014년 전남도지사에 재임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되면서 입지를 넓혔다. 문 정부 최장기간 재임 총리로, 세밀한 국정 운영 등 철저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서울 종로에서 5선을 달성하며 대선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모두 언급할 만큼 전·현 정권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은혜를 누구보다도 많이 입었다"며 "그 은혜를 민주당에 갚겠다"며 '대세론'을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로 '어차피 당대표는 이낙연' 등 이 대표를 둘러싼 당 분위기가 확인되면서 향후 대권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당초 '당내 세력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돼 온 이 대표는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 장악력을 높여갈 거란 분석이 다수 나온 바 있다.
특히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관계도 주목된다. 이 지사와 2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던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경쟁구도를 나타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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