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진인 조은산 시무7조 상소문' 靑 국민청원, 비공개 논란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이번 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가 실시되면서 더욱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입니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출입 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이해찬 대표·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은 오는 30일까지 폐쇄됩니다. 의원과 보좌진은 모두 재택근무에 돌입했습니다.
-청와대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청원이 올라왔다가 비공개가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그 형식과 내용이 옛 상소문과 비슷하다고 해 화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선 비판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는데요. 먼저 국회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국회도 뚫렸다…출입기자 확진에 '국회·언론사' 초비상
-지난 26일 오후 국회 출입기자인 한 언론사 사진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즉각적인 국회 폐쇄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는 언론사들도 비상이 걸렸는데, 당일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당일 오전 한 통신사 사진기자 A 씨가 지난 23일 조카와 식사를 했는데, 이 조카가 26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자들 사이에서 공유됐습니다. A 씨는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한 후 조카의 확진 판정 사실을 통보받고, 곧장 선별진료소로 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국회에 있던 대다수 언론사가 철수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국회 상주 인원 중 첫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A 씨와 국회 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인사들도 즉각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고요. <더팩트> B 사진기자도 A 씨를 접촉한 인사와 간접 접촉이 있었고, 저 역시도 B기자와 오전에 같은 공간에 있어 즉각 자택으로 귀가해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오후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알려지면서 국회는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에 남아있던 인사를 즉시 내보내고, 폐쇄 및 방역에 돌입했습니다. 결산 국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예정된 일정은 줄줄이 연기됐고, 각 정당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재택근무에 돌입했습니다.
-A 씨와 접촉했던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다 음성이 나왔죠?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검사를 받은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고, 저희 사진기자 B 씨도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27일 방역당국이 국회를 찾아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41명이 자각격리 대상자, 31명이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는데요. 자가격리 대상자는 9월 9일 낮 12시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능동감시 대상자는 30~31일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결과 음성이 나오면 일상생활 및 근무복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이지만, 폐쇄된 적이 있었죠?
-지난 2월입니다. 당시에도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등 5곳을 일시적으로 폐쇄했었습니다. 당시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사학 혁식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했었는데요, 거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그때도 다행히 의원들은 모두 음성이었고, 국회는 단 하루만 문을 닫았었습니다. 이번 사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결산국회가 진행 중이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정기국회까지 예정돼 있는데, 국회는 언제부터 정상 가동되죠?
-임시 폐쇄는 29일까지이고, 30일 오전 6시부터 자가격리 인원을 제외하고 국회 출입증을 소지한 자에 한해 본관, 의원회관, 소통관 출입이 허용됩니다. 국회는 추가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31일부터는 정상가동해 9월 정기국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방침입니다.
-국회 안팎에선 A 씨를 탓하기보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하루 5000명가량이 출입하는 국회에 지금까지 상주인원 중 확진자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는 겁니다. 한 야당 지도부 인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젠 어느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며 "다 함께 극복하자, 힘내자"라고 강조했습니다.
◆ 靑, 방역 강화에 조은산 청원 은폐 비판까지
-코로나19에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겠죠.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전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모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국회의 안타까운 t상황을 보고 경각심을 갖는 듯합니다. 코로나19 감염이 꼭 남일 만은 아닌 것 같다는 등 위기감을 느낀 이가 더러 있었습니다.
-춘추관 측도 방역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입기자분들께 다시 한번 간절한 마음으로 협조 말씀드린다. 퇴근 후 최소한의 동선을 유지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21일 언론사에 '출입 제한' 등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출입기자 인원이 적지 않아서 청와대로서도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겠네요.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만큼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중 춘추관 출입구에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디지털 체온계가 새로 생겼습니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일일이 체온을 쟀는데, 이제는 기계 앞에만 서서 팔만 갖다 대면 됩니다.
-코로나 문제도 문제지만, 최근 '진인 조은산 시무7조 상소문' 국민청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옛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정을 비판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참 대단한 필력이더군요.
-그렇더라고요. 상당한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과거 조정 대신이 아니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더라고요. 베일에 싸인 청원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누리꾼들은 예사롭지 않은 필력이라며 작가나 오랫동안 학문을 연구한 학자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죠. 청원인은 28일 블로그에 30대 후반 아이 아빠라고 밝혔습니다.
-청원 비공개 논란이 있었죠?
-네. 지난 12일 해당 청원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청원이 100명의 동의를 얻고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안 됐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라서 청와대가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죠. 이후 해당 청원은 27일 공개됐습니다. 접수 2주일 만에 공개된 것인데요. 공개까지 보통 1~3일 정도 걸리는데, 시무7조 청원은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청와대는 욕설과 중복 등 검토를 거쳐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청원과 관련한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병석 '보좌진 재택 근무' 친서에 이어진 '찬사'…"빛병석"
-코로나19의 위협은 2700여명에 달하는 국회 보좌진들에게도 닥쳤습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이 대부분 재택 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의원들에게 친서를 써 보좌진의 재택근무를 당부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지난 24일 박병석 의장의 친서로 보이는 문건이 취재진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는데요. 문서엔 박 의장이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국회 내 방역조치 등을 설명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 의장은 완곡한 표현으로 토론회와 세미나, 기자회견 당부 자체를 부탁했는데요. 특히 국회 보좌진들의 재택 근무를 요청하면서 "각 의원실 보좌진에 대해선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시차출퇴근 등 사무실 내 밀집도 최소화를 위한 조치에 적극 참여해주실 것을 간곡히 권유드린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에 따라 대부분 회사는 재택근무 등 유연 근무제가 실시됐는데요. 보좌진의 근무 형태가 '의원 재량'에 달려 있다보니 박 의장도 그 부분을 최대한 고려해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글이 공개되자 평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온 보좌진들 사이에선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진작 했어야 할 조치였다'는 목소리와 함께 박 의장을 태양빛과 합성한 사진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해당 사진은 한 의원실 보좌진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실제 소수 의원실이 재택 근무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지난 26일 국회 출입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회는 긴급한 셧다운에 들어갔는데요. 지난 2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도서관 등을 모두 폐쇄한 뒤 방역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전원 재택 근무에 돌입한 보좌진들은 일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다뤄지는 보안 문서가 많다 보니 보좌진들은 업무망을 통해 접속하거나, 중요 문서들을 보안된 데스크탑(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데스크탑을 통째로 옮겨야 하느냐'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시대 '언택트' 업무를 위한 국회 시스템 개선 작업도 차차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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