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월 말까지 기다린 후 공수처법 개정 적극 검토"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협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여차하면 야당을 배제하고, 법을 바꿔서라도 공수처를 출범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합당이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 소원 결과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버티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민주당 독단적으로 공수처를 가동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혜련·김종민·박주민·소병철·최기상 의원 등은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이 8월 말까지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공수처를 출범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실적으로 (공수처 출범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법률 개정 부분을 적극 검토하고 발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여야 교섭단체 각 2명씩 부여한 추천권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변경하고, 세부 내용은 국회 규칙으로 정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거대 여당에 유리한 구조로 사실상 야당을 배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김 의원 개정안은 당론과는 무관한 의원 개인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가 '대통령의 친위 사정기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여당의 유일한 방어 논거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방식이었다"라며 "이제 공수처 중립성 보장이 가능하다는 자신들의 유일한 논거조차 없애는 법안을 초선 의원 발의로 내놓고 당론은 아니라며 커튼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여론을 살핀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장도 지난 23일 통합당에 공문을 보내 정기국회 개회식(9월 1일) 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라고 요청해 민주당의 압박이 단순 압박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범여권과 힘을 합쳐 처리한 공수처법은 지난달 15일 시행됐지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가 통합당 반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공수처 출범도 미뤄지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으로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여야 교섭단체가 각 2명씩 추천해 구성한다. 그리고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을 임명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박경준 변호사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하지만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 통합당은 지난 5월 11일 유상범 의원이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만큼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의장과 민주당은 야당을 향해서 공수처 출범에 왜 문제제기 하냐고 묻기 전에 공수처를 일방 강행해온 이 법의 부실함, 위헌성, 절차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며 "집권 3년이 넘도록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을 직접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 운용해 효과가 있고, 법 의무도 있는데 비워두고 공수처장 추천위 위원 추천을 요구하려면 특별감찰관 추천을 의장과 민주당이 요구하고 해결된 다음에 공수처법에 따른 절차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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