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의혹에 "자녀 학업 적응위해…생각 짧았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제가 당시 생각이 조금 짧았고, 여러 위원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희 딸이 학교 적응 같은 걸 우려해서 그러면 '너하고 엄마는 주소를 조금 늦게 옮기자' 해서 딸이 그렇게 (학교를) 다녔다. 그 부분 제가 교육청에 물어보니 '학구위반'이라고 했다.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최근 제기된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무주택자' 소개로 빚어진 아파트 청약 논란과 노모 주소이전,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을 중점으로 공세에 나섰다. 여당 의원들은 같은 의혹을 질의하며 김 후보자와 관련한 사실확인을 하기도 했다.
◆유경준 "한 집에 어떻게 5명 사나"…김대지 "서민들은 그렇게 많이 살아"
첫 질의자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자곡동 동남 임대 아파트 청약 관련 의혹에 관해 질의하며 해명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먼저 2015년 7월 자곡동 동남 임대 아파트 청약 관련 의혹을 묻겠다. 노모가 15개월 간 후보자의 세대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았나. 이것이 혹시 청약 가점을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자곡동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분납 임대 아파트다. 분양할 때 특별공급 70%, 일반공급 30%이었다"며 "일반공급은 소득요건 같은 건 없었고, 사상요건만 있어서 노부모 봉양과는 전혀 무관하다. 또 하나 말하자면 당시 LH엔 저와 집사람, 딸 세 명만 등재돼 있었다. 노부모 봉양 특별공급을 받으려면 주소가 이전돼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산총액이 45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임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지적에 김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가 청약한 건 2012년 11월에 입주공고가 난 건데, 자산 기준이 방금 말한 내용에 있다. 토지 부분만 들어갈 뿐 전세 보증금과 예금, 주식 일체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게(자산액) 들어가 있었다면 아마 청약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경준 통합당 의원은 "제가 오늘 김 후보자에게 3대 의혹을 제기하겠다. 청와대가 발표한 김 후보자는 무주택자라는 사기극, 위장전입을 두 번 했다고 하는데 총 6회로 저는 알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이 "고위공직자 사전 질의서를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 두 가지 항목에 뭐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저는 한 번 위장전입한 적 있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실은 엄밀하게 말하면 두 번"이라며 "캐나다 국외 훈련 기관에 주소지를 은마아파트에 해뒀다. 왜 그런건가"라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가 "10년 전이라 특별한 게 없다"고 하자 유 의원은 "그럼 이쪽에 주소지 두고 간 건 뭔가. 가족도 없고 무엇도 없는데, 어머니와 동생도 있는데 왜 여기에 (주소지를) 뒀나"라며 "후보자는 마치 자녀의 적응을 위했던 것처럼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는데 이미 출국 전부터 계획된 거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머니 관련 내용도 아까 변명 하셨는데, 2010년 8월부터 2011년 11월 사이 약 1년 몇개월 동안 잠시 포스코 샵 아파트와 경남 아파트에 전입했다. 이 부분은 부모님 치료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1년 2개월 동안 방 3개의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배우자까지 5명이 살았다.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치료와 주소이전이 무슨 관계인가"라고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어머니 문제는 저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아들이 외국 갔다 돌아오면서 모시자고 했다. 부산 집은 주택이고 서울 집은 아파트였다. 그후 아파트에 적응을 못하셔서 다시 내려가셨다"며 "아까 5명이서 한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셨는데,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그렇게 많이 산다. 당시 딸이 6학년이었으니 할머니랑 잤다. 성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또 '차명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가족 관계를 소상히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고 의원이 "처제와 얼마나 같이 살았는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상당 기간 같이 살았다. 배우자가 같은 동네 사람이고, 처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시 집사람이 처제 혼자 나가 사는데 안쓰럽다고 해서 (같이 살았다)"고 했다.
고 의원은 "모친도 처제 되는 분을 잘 알고 있었나. 모친과 처제를 한 가족으로 봐도 되는 관계고, 아주 친족관계로 이야기하면 사돈이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그런 말씀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동민 의원도 질의에서 "저는 (처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어떤 법적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제도를 잘 알고 활용했구나'란 생각이 들지만 그것을 법적으로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모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법과 제도 내에서 크게 문제점은 없지만 국민 정서법으로 봤을 때 이런 부분을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라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아까 저희 처제 집 의혹은 사실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이라면 처제가 전세를 끼고 대출을 내서 자기 집을 사고, 저는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면 된다. 특수한 게 저하고 처제하고 같이 살다 보니 '두 가지 경우가 번거로우니 그냥 합치자' 했다. 지금 제가 청장 후보자로서 위원님들한테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원식 "전광훈 세무조사해야" vs 윤희숙 "불법"
인사청문회 진행 중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집회에 나선 전광훈 목사의 횡령 혐의를 지적하며 세무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전 목사는 한기총으로부터 후원금 관련 고소고발장이 제출됐고 경찰 조사를 통해 일부 횡령 혐의 정황이 확보됐다. 그런 속에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세무조사 한 것처럼 전 목사도 세무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희가 탈루 혐의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불법을 약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금 전에 존경하는 우 의원께서 방역 지침을 어긴, 지탄받아야 마땅한 인사에 대해 탈루 의혹을 탈탈 털어보라고 했을 때 후보자께서 그러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공직후보자께서 불법을 약속한 것"이라며 "탈루 혐의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세청 안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사나 여당 인사가 찍은 인사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원칙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제보나 정보, 자료 같은 것을 보고 법에 정한, 세법에 정한 탈루 혐의가 있어야 조사할 수 있다."이라며 "탈루 혐의도 없는데 조사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회전문 인사"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김승수 대법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실 때 짧게라도 청와대에 같이 근무한 사람들"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인사 컬러다. 정부에선 이것을 같이 근무해서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발탁한다고 했는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3달 정도 기간이 겹친다. 그때 국정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할 기회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그땐 제가 서기관으로 있을 때였다. 실무자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조 의원은 "진실은 그 짧은 인연을 고리로 해서 충성을 요구하는 인사급부"라며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이 이 정부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적인 인사라고 하면 실력과 성실성, 책임성을 갖고 해야 하는데 이건 의리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의리로 뭉쳐있고 그렇지 않으면 서로 비판과 감시가 되지 않는다. 자체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후보자께서 그만한 청장 후보자로 실력과 경륜이 갖춰져 있다고 보는데, '김대지 차장'을 청장으로 임명하면 믿을 수 있다고 임명한 배경을 생각해보지 않았나. 그런 (청와대에서의) 인연 때문에 후보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기대와 압박의 가능성을 생각해봤나"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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