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워킹그룹 재편" vs 해리스 "워킹그룹 효율적"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만났다.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이 장관과 그동안 '트위터 정치'로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켜온 해리스 대사가 만나 한·미 워킹그룹 문제 등 대북 정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통일부는 해리스 대사가 이 장관의 취임 인사차 예방하는 자리라고 밝혔지만, 대북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의 케미(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호흡을 칭하는 신조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다양한 이슈에서 의견 충돌 등으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한미워킹그룹'이었다. 먼저 이 장관은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언급하면서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가 할 것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그렇게 함으로썰 국제사회 규범과 규율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필요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워킹그룹의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 재편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지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한다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방법이야말로 워킹그룹을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저와 대사님이 한미워킹그룹 2.0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써 미국은 남북관계 방법을 워킹그룹을 통해 찾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워킹그룹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재편이 필요하다는 이 장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함께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북한과의 변화된 관계,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북한 비핵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회의로 전환됐고 30분가량 이어졌다. 이 장관이 취임 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수 있는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비공개회의에서 이 과정에서의 한미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 만남에서 온도 차를 보인 만큼 '정반대'의 성향으로 알려진 이들의 호흡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최근 이 장관이 추진 중인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교류에 대해 통일부는 대북제재 틀 안에서 진행되는 만큼 워킹그룹 논의 사항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워킹그룹'의 필요성을 강조한 해리스 대사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이 장관과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해리스 대사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오는 19일에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 장관을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도움을 요청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