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변화에 당 안팎, 여론 호평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21대 총선에서 영남권 중심 정당으로 당세가 급격히 기운 미래통합당의 반등을 위한 파격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 정당 불모지인 호남과 중도로의 좌클릭을 통한 외연 확대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지난 20대 국회에선 반복했던 막말, 강경투쟁, 반대를 위한 반대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옛말이 됐다. 당을 근간부터 바꾸려는 시도의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역대급 폭우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컸던 상황에서 호남을 가장 먼저 찾은 정당은 지난 총선에서 이 지역을 싹쓸이 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통합당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전남 구례를 찾아 피해 현황을 살피고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다음 날(11일)에는 주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당원들이 재차 구례를 찾아 수해 복구 작업에 손을 거들었고, 13일에는 전북 남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통합당의 호남에 대한 관심은 지난 6월 1일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이 취임 초부터 언급했던 부분이다. 지난달부터는 호남 조직 재건을 위해 21대 총선 낙선자들의 선거보전비용 일부를 호남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실질적으로 호남을 위한 기구인 국민통합특위도 비대위 산하에 발족하기로 했다. 오는 19일에는 김 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 통합과 관련한 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강령과 정강정책에도 기본소득, 약자와의 동행, 산업재해 예방, 5·18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 등 중도로의 외연 확장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이같은 행보에 민주당에서도 "환영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의 정강정책 초안에 5·18을 비롯해 경제민주화, 피선거권 연령 18세 인하 등 파격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라며 "통합당의 좌클릭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호평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통합당의 좌클릭은 정책이나 태도에서 두 정당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막말과 강경투쟁을 자제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원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지속되자, 싸늘했던 여론도 조금씩 우호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36.3%로 34.8%에 그친 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9%p, 자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통합당 지지율은 창당 후 최고치,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 기록을 세우면서 통합당(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 포함) 지지율은 2016년 10월 3주 차 조사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측은 "그동안 통합당과 정치적 거리두기를 했던 중도층의 변화가 전체 지지도 차이를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라며 "7월 4주 차까지 중도층은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동률을 나타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통합당이 40%에 육박하며 민주당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도 호남과 중도로 외연 확장을 시도한 것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말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자고 하면서 국민 중 호남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라며 "소홀했던 호남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동진만 했던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후 서진을 하면서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비정상이던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집토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성급하게 좌클릭을 시도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강정책 개정안이 의원들의 동의를 얻는 의원총회와 당원들의 동의를 얻는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의에서 관철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일부 표현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게 수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은 맞다"라며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