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이끌며 난제 풀어가…여당 독주 대응도 선방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지난 5월 8일 소속 의원 70%의 지지를 얻어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주 원내대표는 임기 시작부터 전임 원내대표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과거 당의 부적절한 논란에는 고개를 숙였고, 중도로의 확장을 모색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에는 거대여당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독주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내에서 최대한 팩트·정책·논리·대안을 내세워 여당을 견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단기간 내 통합당의 이미지 쇄신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결사 면모 드러낸 임기 초반
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개원 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당내 일부 인사의 5·18 망언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들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았다.
이와 함께 전 원내대표(심재철 전 의원) 시절 추진했으나, 자강론을 주장한 내부 인사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했던 ‘김종인 비대위원회’ 출범도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내년 재보궐 선거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매듭지었고, 미래한국당과의 통합도 21대 국회 임기 시작 전 완료했다.
취임 한 달간 당내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면서 외연 확대까지 모색해 당 안팎의 호평을 받았던 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176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관례를 깬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 것이다.
급기야 지난 6월 15일 민주당이 17대 국회 때부터 야당이 맡았던 법사위원장직을 포함해 6개 상임위원장을 독단적으로 선출하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전국 사찰을 떠돌며 9일간 칩거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의 만류 끝에 돌아와 재신임을 받은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하고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한 국회 내에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후속 입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관련 후속 입법 등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통합당 일각에선 민주당의 국회 운영 독주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본회의에서의 반대토론으로 국민에게 정부·여당의 오만과 정책적 실패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독주 속 원내투쟁 가시적 성과
이 과정에서 무기력하게 민주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통합당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면서 주 원내대표의 방식이 옳았음이 어느 정도 증명됐다.
리얼미터의 주간집계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주 원내대표가 임기를 시작할 당시인 5월 1주 차 ‘26.1%’(민주당 43.7%)에서 8월 1주 차 ‘34.6%’(민주당 35.1%)로 급상승하며,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자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통합당 안팎에서도 주 원내대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무난히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새로운 방향성을 먼저 제시하면서 앞장서서 끌고 가는 면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는 의원들도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한 뒤 "거대여당이 독주하는 상황에서 본인 스타일대로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당을 잘 이끌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개인적으로 과감한 변신이나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고, 오해될만한 일이 생긴 다음에야 뒤늦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던 점은 아쉬웠다"며 "오해하기 전에 먼저 의원들에게 설명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거대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 강행이라는 한계 속에서 주 원내대표가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3개월 주 원내대표가 현명한 대처를 했다고 본다"며 "맞을 때는 맞아야 하는데, 잘 맞았다. 여당이 무차별적으로 펀치를 휘두르는데 밖으로 나가지 않고 원내에서 맞으면서 문제 제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판단력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당에 일방적으로 맞으면서도 물밑 접촉을 진행해 난국을 풀어가려는 무난한 정치력을 보였다"라며 "앞으로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이끌어 가려고 할 텐데, 그때도 장외투쟁에 나서지 않고 원내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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