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자산압류·광복절·지소미아…한일관계는 어디쯤?

일제 강제동원 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압류 명령을 두고 한일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사진은 2018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뉴시스

"당분간 '말폭탄' 주고받는 수준에서 지속될 듯"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일제 강제동원 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압류 명령을 두고 한일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 정부가 금융 제재 등의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면서 한일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또한, 광복절(15일)과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여부 결정 시점(23일)을 앞두고 있어 과연 한일관계에 중요한 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송 피고인 일본제철이 항고를 결정하면서 연내 자산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한·일 관계는 '말폭탄'을 주고받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법원의 일본제철에 대한 자산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한 4일 일본제철 자산을 강제 매각 시 보복할 것임을 시사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도통신, 닛케이 신문 등 일본언론은 지난 5일자 보도에서 "주한 대사의 일시 귀국과 한국인의 비자 발급 강화, 금융제재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법원의 일본제철에 대한 자산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한 4일 일본제철 자산을 강제 매각 시 보복할 것임을 시사했다. 스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이에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응수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질문에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정부가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청와대는 일본 측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 11월 ‘조건부 효력 정지’로 선회했다. 그 이후 3개월마다 종료 여부를 검토해왔는데, 이달 23일이 바로 그 시점이 된다. 아울러, 이와 맞물려서 오는 15일이 광복절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놓느냐에 따라 한일 간 갈등이 재점화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가지의 수출 절차를 강화했고, 8월에는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바 있는데, 현재 한일관계는 이와 같은 극한 상황에 놓일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일본제철이 항고했다는 점에서 '현금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 상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일본제철이 항고했다는 점에서 현금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 지난해와 같은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사죄와 경제보복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 든 시민들. /이새롬 기자

그는 "일본제철이 항고를 했기 때문에 재산평가, 심사 등 절차를 거치면 내년을 넘길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일본측도 발언으로는 긴장을 높였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에선 대화로 풀자는 식의 메시지가 나올 것 같고, 지소미아도 23일 자동적으로 연장될 것 같다"면서 "장기적인 과제로만 남긴채 현 상황처럼 냉각된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문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한국은 원칙을 말하고, 일본은 보복을 외치면서 서로 간 '말폭탄'을 주고받는 상황이 지속될 걸로 보인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경제보복을 먼저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지소미아 종료를 선제적으로 한다면 모양새가 이상해져 버린다. 언제라도 종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뒀으니 우리가 먼저 불을 지피는 쪽으로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상황에서 부실대응으로 궁지에 빠진 아베 내각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한국 이슈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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