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의회 독재" vs 민주당 "진짜 독재는 통합당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여기 계신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역사에 남는 학생 운동을 하며 독재에 대항해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 여러분이 대항한 독재는 법은 있으나 절차는 무시하고 복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법사위에서, 기재위에서, 행안위에서, 운영위에서, 국토위에서 다수의 힘으로 국회 절차를 무시하고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과거 투쟁했던 독재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은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부동산 관련법 처리를 놓고 이같이 비판했다. 유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만의 국회가 아니다. 이것을 의회 독재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뭘 의회독재라고 하나"라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을 꼬집었다.
이날 국회에선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위한 임대차법 및 부동산세법 다수가 본회의에 상정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정부조직법 등 재난관리체계 강화 법안 △'부동산 4법'등 부동산 대책 관련법안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 관련 후속법안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故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처리됐다.
각 법안마다 통합당 의원들은 반대토론을 신청해 절차 생략과 성급한 법 통과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입법의 시급성을 주장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내세웠다.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어김없이 의원들 사이에서 거친 표현이 이어졌고, 한 여당 의원은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들어봐!"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통합당, 공수처 설치·부동산세법 줄줄이 '반대토론'
유 의원은 "(공수처는)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아무런 설치 근거가 없다. 현재 법치국가는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 원칙으로 국가운영을 기본으로 한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그 어디에도 소속하지 않는 기관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했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님들, 공수처와 관련된 법률은 176석 힘으로 국회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부쳐야 하는 법률이 아니다"라며 "지금 여러분들이 할 일은 헌재가 가능한 빨리 위헌여부를 결정하도록 촉구해야한다.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난 후 공수처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두고 "지금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가 필요하다"며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내리겠다고 했는데, 여당은 보유와 거래 모든 단계에 세금폭탄을 안기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3년 전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줬던 정부가 이제는 집값 폭등 주범으로 몰아서 징벌적 과세를 하려고 하는데,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통합당 의원은 부동산 관련법을 두고 "3분 즉석요리하듯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날 5분 자유발언에서 "제가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놀랬던 것은 법안을 보고 나서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법률 전문가인 제가 보기엔 나름식같은, 또 다듬어지지 않은 법안이 많았다"며 "그래서 상임위에서 꼼꼼하게 검토하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서 하나하나 다듬어지고 익혀져서 나름 완성된 것으로 될 줄 알았다"고 했다.
전 의원은 "가장 충격적인 건 그 모든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3법과 부동산세법을 국민께 '우리가 정성을 다해서 이법을 만들었다'고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을 만들 때는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 입장을 각각 고려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까지 생각해서 해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여당은 우리가 마음 먹으면 못할 것 없다는 걸 마음껏 보여줬다. 대신 입법부의 역할인 법적 안정감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회독재"vs"진짜독재"…회의장 고성 항의 이어져
유 의원 측에서 '독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세에 나서자 민주당은 "통합당 측 정권이 진짜 독재였다"며 응수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진짜 독재는 유신 독재, 전두환 군사 독재 바로 통합당 선배들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통합당 의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찬성 논리를 펼쳤다. 김 의원은 법인세법 일부개정안과 관련한 토론에서 "부동산값 폭등은 집 없는 서민에게 절망감을 줄 뿐 아니라 자영업·제조업·서비스업의 경쟁력도 약화시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라며 "통합당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트집을 잡고 발목을 잡아서 마치 집값이 더 폭등하기 기다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통합당 의석 쪽에선 항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김 의원은 이날 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급 중단과 규제 완화가 부동산값 폭등의 시작이었다"라며 "여기에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자금이 합쳐져 지금의 부동산값 폭등을 만들었다. 물론 신속하게 안전핀을 회복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지금은 누구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라 신속하게 안전핀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부동산 3법이 그 안전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핀을 다시 마련하지 않으면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무용지물이고, 공급 물량은 투기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상위 1% 주택 보유자의 평균 주택 보유수가 2008년 3.5채에서 10년 만에 7채로 두 배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폭등을 막는데, 그치지 않고 폭등 이전 상태로 원상회복하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집값 올라도 상관 없다"(?)…김진애 의원의 '세금 경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찬성 토론에 나서 "부동산값 올라도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주장하면서 "고가 아파트에 산들 부동산값이 올라도 우린 문제 없다"며 "다만 세금만 열심히 내시라. 불로 소득이 있으면 거기에 따른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해주시라. 그렇게 해서 세금이 모이면 공공임대주택에 투입할 수 있는 거다. 바로 이것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민 여러분 이제 합의를 이룹시다. 이 부분에 대해 돌이킬 수 업도록 합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석 쪽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시작은 간단하다. 집값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결혼3년차,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은평 한 빌라에 살고 있는 임차인'이라고 소개한 용 의원은 "(통합당) 의원님들이 얘기하는 세금 때문에 죽겠다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상위 1%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인가, 아니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소유한 뒤 전세 10억짜리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상정된 부동산세법들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답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임차인인 제가 찬성표결을 한 이유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집값 잡는 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고,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임대차법으로 어느 시점에 임대료가 껑충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효성 있는 전·월세 전환율 대책, 신규 계약에도 적용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 더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용 의원은 이날 "부동산 기대수익을 낮추면서 조세저항을 피하고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직접적인 재분배정책인 토지기본소득과 결합된 토지 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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