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취소나 등록요건 말소 목적 아냐"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통일부의 산하단체 사무검사 조치에 일부 탈북민·북한인권단체들은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비판받던 '블랙리스트'라는 표현까지 나와 차별대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에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이를 제때 막지 못했다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에 통일부는 해당 탈북민단체 2곳을 법인 설립허가 취소하고, 산하 단체에 대한 사무검사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통일부는 "통일부에 등록된 북한 인권 및 탈북민 정착지원 민간단체 25곳을 선정해 사무검사를 우선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북전단을 살포했던 탈북민 단체가 기존의 설립 목적과는 다르게 대북전단 살포를 했기 때문에 법인설립을 취소했다면서 이와 같은 사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사무검사 우선대상이 탈북민·북한인권단체라는 이유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공동서한에서 "이제까지 단체 등록과 변경 시에 통일부에 관련 서류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이 시점에 통일부 등록단체 중 북한인권과 탈북민 정착지원 단체만을 뽑아 사무검사를 실행하고, 단체유지요건을 갖췄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탄압이다. 이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둔 것과 같다"고 정부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처럼 대북전단을 이유로 2곳을 한번에 등록취소시키고, 25개 북한인권 및 탈북민 단체들만 골라서 일괄적으로 사무검사 벌이며, 거기에 64개 단체 더 추가해 대규모로 들여다보겠다 한 적 없었다"면서 "명백한 정치적 의도의 탄압"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들도 이에 대해 힘을 보탰다. 휴먼라이트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문에서 "한국 정부는 특정 시민사회 단체를 지목한 규제 협박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북전단에 대한 논란이 북한 당국에 인권을 존중하라며 압박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를 위한 지원·보호 필요성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까지 알려지자, 통일부는 화상면담을 통해 탈북민 단체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와 통일부 산하 단체에 대한 사무검사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번 사무검사의 목적이 단체들의 설립허가 취소나 등록 요건을 말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단체들과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쳐, 이들이 비영리 법인 및 민간단체의 자격을 유지하며 활동하는데 필요한 시정·보완 사항을 함께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할 거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3일 정례브리핑에서 25곳을 선정한 기준에 대해 "25개 단체를 선정한 기준은 연간 실적 보고서를 받는다"면서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고활동 또는 제출 자료들이 부실한 단체들을 우선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탈북민·북한인권단체들만을 선정했느냐는 지적엔 "사무검사와 점검에는 행정적 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요되는 행정적 인력을 감안해 우선 탈북과 대북 관련, 인도 관련단체들을 먼저 점검을 할 것"이라며 "추후에 전반적으로 다른 분야 단체들로 점검과 검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통일부가 탈북민·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우선 사무검사를 인정한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이 단체들을 장애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에 법인 취소가 된 단체 두곳의 분야가 '북한인권'이었기 때문에 다른 법인들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면서 "당초 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던 목적에 맞지 않은 활동 때문에 법인 취소가 됐기 때문에, 다른 단체들도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