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사퇴 겁박, 전 정부와 뭐가 다른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는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해 감사 운영의 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내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내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로 기대한다." -2017년 12월 7일 청와대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시다. 잘 부탁드린다." -2018년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국정 운영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세요! 사퇴하시고 정치를 하시든지 비판을 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2020년 7월 29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당인 민주당의 최 원장 사퇴 요구가 거세다. 2년 새 '적임자'에서 문재인 정부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신세가 전락했다. 1986년 판사 임용 후 30여 년간 민·형사·헌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익 보호,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었던 그가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
민주당이 최 원장 사퇴를 요구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최 원장은 지난 4월 월성1호기 논란과 관련한 감사 도중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던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직권심리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는 발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발언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최 원장은 민주당 및 당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사퇴압박도 거세졌다.
여기에 최 원장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공석인 감사위원에 임명하려는 청와대 뜻을 친정부 성향 인사라며 거부했다는 것도 여당을 불쾌하게 한 모양이다.
민주당의 최 원장 사퇴 압박을 보며 느낀 건 '지난 정부와 다를 줄 알았는데 이들도 똑같다'라는 점이다. 1963년 만들어진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국가 최고 감사기관이다. 감사원이 본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대통령직속기관이지만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의 원래 기능으로 볼 때 최 원장의 발언이나 친정부 인사를 거부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감사원 고유의 역할에 충실했는데 마치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견강부회(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는 흔히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을 종종 한다. 개인에게 힘든 시련이 닥쳤을 때 혹은 어려움에 처해 좌절하는 친구를 위로할 때 이런 말을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감탄고토)는 말도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행동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다. 즉, 자기에게 도움이 되면 가까이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멀리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서 비롯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직접적인 원인은 민간인 최순실(최서원) 씨의 국정개입 등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오만한 행태도 정권의 종말을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 정권에 붙어 진실을 감추고 '내 편'만 챙기는 '친박' 순혈주의를 고집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친박 순혈주의의 결과는 국민이 아는 그대로다. 최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문 중심 민주당의 모습에선 전 정부와 '다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태도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