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체제 이미 한계 봉착…차기 당 대표 체제 전환 반등 여지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 열린우리당의 그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을 해야 합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4·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를 소환하며 오만하지 말자고 내부 단속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잇단 악재로 지지율 하락 등 빨간불이 켜졌다. 싸늘한 민심에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혼선을 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차기 당 대표 체제로 이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YTN 의뢰, 지난 13∼17일 조사기간, 전국 유권자 251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과 함께 민주당 지지율이 35.3%로 주저앉으며 미래통합당과의 격차가 4.3%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연이은 악재가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4월 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이어 윤미향·정의기억연대 사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250억 원 규모 임금체불 논란 등 개별 의원 검증 문제가 터졌다.
이와 함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촉발된 정부 부동산 대책 불신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은 중도층과 20·30의 민심 이반을 가져오는 대형 악재로 2연타를 맞았다. 여기에 숨 고르기 할 겨를도 없이 여권 대권주자였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향후 정국도 가시밭길이 예고돼 지지율 반등 기미가 불투명하다. 국회가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 주까지 4건의 인사청문회가 있는 '청문회 정국'에 돌입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행정안전위원회) 현장에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사실의 유출 경로 및 서울시청 내 범죄 은폐 의혹이 집중 추궁됐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보고와 관련해 "정부조직법 등 통상적 절차에 따라 고소가 접수된 이후 청와대까지 보고됐다"고 했다고 답했지만, 내부 규정이 현재 따로 없다는 점이 드러나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박 전 시장 건 추가 조사와 관련해서도 "피고소인이 사망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정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의 7·10 대책 후속조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놓고도 여야 극한 대치가 예고돼 있다. 통합당은 "여러 권한 남용으로 법을 위반했다"며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 차기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출마자들도 공개석상에서 '자성론'을 펼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후보등록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한) 당의 대처가 굼뜨고 둔감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한 노웅래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최근 윤미향 의혹과 인국공 사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민주당의 대처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고, 심지어 국민들께 오만하게 보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힌 이원욱 의원도 최근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세를 끊고 반등하기 위해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수가 없다.
당장 박 시장 사태 후속조치만 하더라도 이날 당 대표 직속으로 당 내‧외 인사로 구성된 상설특별기구인 '당윤리감찰단'을 구성하고 운영하기로 했지만, 2030 민심을 되돌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현 상황에선 이해찬 대표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차기 당 대표 체제로 전환할 때를 반등의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모색해야 할 돌파구에 대해 "가장 민감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주당의 확실하고도 최종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하고, 이미 한계에 봉착한 이 대표 체제에서 차기 당 대표 리더십이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정책이나 박 전 시장 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가 철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정책도 9~10월에 판을 새롭게 흔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안보라인을 바꿨으니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거 열린우리당 때와 환경이 다른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할 때처럼 야당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기 때문에 당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야당 복은 확실히 있다"고 강조했다.